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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전창협> 월드컵, 즐겨야 할 이유
‘2000미터 고원의 히치콕’이란 기사 제목에 걸맞는 세기의 경기였다. 1970년 6월 17일 2000m 고원의 멕시코 아즈테카 경기장. 서독과 이탈리아가 4강에서 맞붙였다. 이탈리아는 홈팀인 멕시코를, 서독은 종주국 잉글랜드를 8강전에 꺾고 올라온 우승후보간 대결이었다. 전반 8반 선제골을 기록한 이탈리아가 특유의 카테나치오(빗장수비) 전략에 들어가자 관중들은 일방적으로 서독을 응원했다. 응원때문인지, 종료 직전 거짓말처럼 서독이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연장 30분은 혈투였다. 연장 5분 서독이 2대1로 역전하자 4분뒤 이탈리아가 추격골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5분뒤 이탈리아가 3대2로 역전시키자, 서독은 낙담했다. 하지만 연장 종료 10분전 독일이 동점골로 경기는 예측불허 상태가 됐다. 하지만 1분뒤 이탈리아의 마지막 골이 터졌다. 연장 30분 동안 5골을 기록한 것이다.

월드컵 역사상 최고의 게임으로 불리는, 히치콕의 스릴러 같았던 이 드라마는 결국 이탈리아의 4대3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탈리아가 극적으로 결승에 올랐지만 상대는 역사상 최고의 팀이란 평가를 받았던 29세 펠레의 브라질이었다. 브라질은 4강전에서 기진맥진한 이탈리아를 4대1로 대파하고 역대 처음으로 ‘우승 해트트릭’을 달성, 쥘리메컵은 영원히 브라질 몫이 됐다.

1970년 9회 멕시코 월드컵은 이탈리아와 서독, 브라질 외에도 여러 가지 화제가 많았던 대회였다. 월드컵 공인구 만들어진 것도 이 대회부터다. 무엇보다도 지역예선에서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간에 ‘100시간 전쟁’이 벌어져 1000명이 죽는 비극도 빚어졌다. 그리고 처음으로 컬러TV로 월드컵 중계됐다.

하지만 한국의 축구팬들은 흑백TV로 남의 잔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호주의 벽에 막혀 멕시코행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월드컵 진출은 고난의 역사였다.한국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꿈의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이후 호주, 중동 바람에 막혀 월드컵 무대를 다시 서기 까지는 32년의 세월이 걸렸다.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2014년 브라질까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아시아에서는 당연히 최다, 세계에서도 6개 나라만 갖고 있는 대기록이다.

요즘은 한국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기본, 16강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있다.

한국갤럽이 10~11일 여론조사도 비슷하다. 16강이상 진출할 것이란 응답이 42%나 됐다. 최근 평가전에 부진때문이지 지난해 12월에는 16강 진출 전망은 81%였다.

1970년대만 해도 월드컵은 흑백 TV 화면에서나 볼 수 있는 ‘그들만의 잔치’였다. 하지만 2014년 오늘, 월드컵은 대형 컬러TV로 볼 수 있고, 광화문 광장에서 목터지게 응원할 수 있는 ‘우리들의 축제’가 됐다. 축제 분위기는 아니지만, 한국 팀에 힘껏 응원을 보낼 때다. ‘홍명보호’가 또 다른 세기의 대결을 만들어 낼 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1970년 그 때를 생각하면 즐길 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전창협 디지털콘텐츠 편집장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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