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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정치에 팽(烹)당한 세월호
솔직히 벌써 2개월이 되었다는 걸 깜박했다.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날이다. 처음에는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에 대한 연민에, 정부의 속수무책에 분통이 터져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한 명이라도 더…”하는 절박감에 두 손을 모았다가 긴 한 숨을 토해 내길 몇 번이었던가. 그러나 구조작업이 한계에 이르고 희생자들을 물 밖으로 올릴 수 없게 되면서, 그 절절했던 감정도 어느새 먹먹함 정도로 사그러져 갔다. 미안할 뿐이다.

돌이켜 보면 6월16일은 유병언 회장이 검찰의 소환통보를 무시하고 잠적 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기도 한다. 이것이 지금 세월호 사태의 모든 것을 얘기해 준다. ‘몸통’ 책임자들은 모두 도망가게 풀어놓았으니 처벌은 하세월이다. 진상 파악은 제대로 된 게 하나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난리를 치던 국정조사특위는 정쟁(政爭) 속에 여태 제자리다.

7·30 재보선과 각료 청문회를 핑계로 세월호 문제는 이미 정부와 정치권에서 내팽개쳐진 느낌이다. 지방선거 때는 좋은 소재였지만 이젠 효용가치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고 진상조사도, 후속 대책도 어느 것 하나 진전되고 있는 게 없다.


해수부장관 한 명만이 정부와 정치권의 보초로 외롭게 팽목항에 남아 있다. 그의 유임을 아름다운 책임감 덕이라 미화하기엔 유가족의 피눈물이 너무 뜨겁고 진하다. 대통령은 눈물까지 흘렸지만 무엇을, 언제,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은 와 닿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이런 대한민국의 허술함을 비웃고 있을 유 회장 일가의 얼굴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는다. 범법자가 무서워 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 이래서야 되겠는가.

조진래 논설위원 /jj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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