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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화식열전> 재상(宰相)의 조건
재상 관중(管仲)이 죽음을 앞두자 제(齊) 환공이 “후임으로 포숙(鮑叔)이 어떠하냐”고 묻는다. 그런데 관중은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정색하며 반대한다.

“포숙은 좋고 나쁜 점이 분명해 무릇 좋아하는 것은 한없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무조건 배척해, 사람의 나쁜 면을 일단 한번 보면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습붕(濕朋)을 천거한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행위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집에 있을 때도 공사를 잊지 않는다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꼽히며 여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최경환 의원이 새 경제부총리에 지명됐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20여년간 경제관료로 일했고, 지난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까지 지냈으니 경제부총리직을 맡을 만한 ‘스펙’은 충분하다.

그러면 최 내정자는 포숙과 습붕 중 누구에게 가까울까?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최 의원의 첫 일성이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큰 사명감을 느낀다”였다.

또 “대기업이 환율 효과로 수출을 많이 해본들 그 효과가 국민 삶에 영향을 못 미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는 의견도 피력했다. 시장에서 바로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경제관료는 야당까지 설득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일할 수 있겠지만, 그 논리로 야당까지 설득할 수 있을까?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경제정책이 표류하면 그 피해는 국민과 기업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또 대기업이 수출을 많이 하는 게 정부의 환율정책 덕분만일까?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그만큼 세금도 많이 낸다. 그런데 이 세금을 국민을 위해 쓰는 것은 정부 몫이다.

시장에서 바로 반응을 얻으려면 그만큼 정책이 자극적이어야 한다. 정치인 출신, 대통령 측근으로써 포퓰리즘의 유혹이 클 수 있다.

환공에 이어 춘추시대 패자(覇者)가 된 진(晉) 문공은 19년 동안의 방랑 생활 끝에 권좌에 올랐다. 방랑에 동행한 신하들이 포상을 요구하자 문공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의 포상기준은 세 가지다. 제일 높은 상(償)은 덕이 있는 인재에게, 다음 상은 재주있는 인재에게, 그 다음 상은 공을 세운 인재에게 내리겠다. 방랑생활을 도운 이들의 노력은 단지 일개 필부가 행한 노력이니 순서는 덕ㆍ지ㆍ공(德智功) 다음이다”

최 내정자는 오랜기간 박 대통령을 도왔고, 뛰어난 재주로 현 정부 탄생에 큰 공도 세웠다. 이제 하나만 갖추면 ‘완벽’해질 듯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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