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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 박철규> 바람은 극복하는 것
과거의 경제 위기는 일정 주기가 있었고 규모도 국지적이었다. 1960~70년대만 해도 호경기와 불경기가 10~30년 주기설에 따라 움직였고, 한국과 같은 신흥개발국은 연 10% 안팎의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했다. 소위 없어서 못 팔던 ‘좋은 시절’이었다.

그러나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국가간 교역규모가 크게 증가했으며 경제의 개방화, 자유화도 급속도로 진척됐다. 이에 따라 국가 간 재화의 이동속도 역시 매우 빨라졌고, 경제 위기의 반복주기도 짧아졌다. 위기의 규모 역시 국지적 양상에서 전 세계적 단위로 커졌다.

과거 경제위기는 국가가 대응전략을 짜고 민간은 따라가면 되는 방식이었지만, 경제구조의 복잡성으로 인해 이제는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 전략과 체질개선 노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러나 개별 중소기업이 자체 위기대응 전략을 구축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와 중소기업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1년 6월 한국은행이 4만4900여개 중소기업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율은 최근 7년 새 2배로 증가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정책자금 공급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한 지원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과거 신청기업의 계획만 심사해 자금을 융자했던 방식에서 개별기업 맞춤형 진단시스템을 적용해 기업 체질개선과 위기대응력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과거 획일적이던 기업 평가방식과 달리 기업규모, 업종, 생산제품, 업력, 재정상황, 기술환경 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적절한 툴과 모듈을 활용해 기업의 현재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미래 대응전략에 대한 처방을 제시한다. 최근에는 매년 1조원이 넘는 정책자금이 기업진단에 기반을 둔 형태로 공급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건강진단이 유용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거추장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정기검진이 의무화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암도 조기발견과 치료를 통해 수술 후 생존율이 현저히 높아졌다. 이런 성과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개인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

중소기업 건강진단 역시 사람의 건강진단과 유사한 면이 많다. 질병이 사람을 가리지 않듯 경제위기 역시 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체계가 강화됨에 따라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세계 경제동향과 동떨어져 존립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사라졌다. 바다 건너 위기가 언제, 어떤 형태로 우리 눈 앞에 닥쳐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마치 흐르는 강물 위에 떠 있는 배처럼 끊임없는 점검과 대응책 마련을 필요로 하고 있다.

“바람은 극복하는 것이지, 계산하는 게 결코 아니다!”

실낱 같은 틈을 뚫고 날린 화살 하나로 적장을 쓰러뜨리고 동생을 구출하는 ‘최종병기 활’의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다. 주인공이 화살 한 대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위기에 대비해 끊임없이 무예를 닦았기 때문이다. 경영자건 종업원이건 모두 몸담고 있는 기업이 우리의 소중한 일터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위기대응 전략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박철규 중진공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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