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대통령 풍자 포스터’ 무죄판결 받은 팝아티스트 이하, ‘부정선거(父情先巨)전(展)’ 연다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정치 풍자 포스터를 부착해 검찰에 기소됐다가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은 팝아티스트 이하(46) 씨가 오는 7월 박근혜 대통령 초상화 등을 전시하는 ‘부정선거(父情先巨)전(展)’을 열기로 했다.

이하 작가는 16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다음달 중순부터 부산과 서울 두 곳에서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틈틈이 그려왔던 박 대통령 초상화와 공개되지 않은 포스터를 비롯해 정치와 관련 없는 작품까지 50점 이상 전시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정치와 관련된 작품들은 커다란 플라스틱 판에 인쇄해 거기에 매직펜을 매달아 둘 것”이라며 “관람자들이 그림 위에다가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쓰게 하고 자유롭게 낙서를 하게 하는 콘셉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작가가 지난 1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전시회 1차 포스터는 그의 작품답게 정치 풍자를 담고 있다.

포스터에는 소총을 들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위로 박근혜 대통령이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이 그려져 있다.

<사진출처>이하 작가 홈페이지.

그러나 포스터 속 얼굴은 접착 테이프로 부착된 A4 용지로 가려지게 된다. 바람이 불거나 사람들이 들춰보면 얼굴을 볼 수 있게 했다.

A4 용지에는 ‘사정상 얼굴을 보여 드릴 수 없습니다. 궁금하시면 들춰 보는 건 자유~!’라고 적혀 있다.

이번 전시회 제목은 부정선거(父情先巨)전(展). 이 작가가 마음대로 조합한 사자성어다. 말그대로 ‘아버지의 뜻이 먼저인 게 크다’라는 의미다.

이 작가는 “박 전 대통령은 훌륭한 일도 많이 했지만 독재를 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며 “독재의 특징은 부당한 방법으로 권력을 잡고 부패가 심하며 민주 정치가 아닌 권력기관에 의한 정치를 한다는 것 등”이라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아버지의 이런 정치 철학을 반성하고 공과(公過)를 잘 처리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치를 한다면 존경을 받을 것 같은데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며 “아버지의 철학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는 의미에서 ‘아버지의 뜻이 먼저인 게 크다’란 제목을 붙였다”고 했다.

이 작가는 2012년 6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가 백설공주 옷을 입는 모습을 그린 포스터 200여장을 부산 시내에 부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었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에 이어 지난 12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작가는 대법원 판결 소감에 대해 “개인적으로 무척 기쁜 사건이면서 사회적으로 의미가 적지 않은 판결”이라고 했다.

그는 “예술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세상을 풍부하게 하는 가치가 있다”며 “이것이 판례로 남아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결국 많은 예술가들이 자기검열을 깨고 과감하게 세상 이야기를 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작가는 지난해 이맘때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 촉구를 위한 ‘전두환전’을 열었었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계속 하는 이유는 이렇다.

“미술하기 전 여러 사업을 하며 세상이 무척 타락했다고 느꼈어요. 묘한 건 대통령의 정치적ㆍ개인적 성향에 따라 국민들에게 ‘부정하게 살면 안된다’ 혹은 ‘부정하게 살아도 된다’는 등의 상반되는 메시지를 던져서 사회 분위기가 바뀐다는 것이었어요. 결국 대통령은 풍자의 첫 번째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라 역사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plat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