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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이사람> 세월호 참사 치유하는 복싱 금메달리스트 정용범 경감
[헤럴드경제(안산)=이지웅ㆍ손수용 기자]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금메달, 82년 아시아 선수권 금메달, 83년 태국 킹스컵 금메달.

경기도 안산 소재 단원경찰서 형사2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정용범(55ㆍ사진) 경감. 그는 복싱으로 아시아를 제패했던 복싱 챔피언 출신이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지 두 달이 되어가던 지난 9일. 안산 단원경찰서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슬픔에 젖은 안산 시민들에게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 경감은 사고 이후 황망함에 한동안 멍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사고는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매일 같이 보아 왔던 안산 단원고의 어린 학생들이었다.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정 경감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월드컵과 생업 등에 밀려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세월호 참사는 이전보다 흐릿해졌을지 모르지만, 비극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정 경감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경찰로서 마음이 무겁다”면서 “안산 지역의 경찰로서 시민들에게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 근무보다 훨씬 강도를 높이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싱 챔피언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태극마크는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있다는 사명감을 심어주었고, 나라를 위해 일을 한다는 책임감을 가슴에 품게 해줬다”며 “이런 사명감이 자연스레 형사라는 직업으로 인도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81학번)에 진학했다.

형사 생활 중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1992년에는 조직폭력배를 검거하는 도중에 폭행이 있었다는 이유로 파면을 당한 일까지 있었지만, 대통령 훈장을 수차례 받은 이력과 행정소송으로 처벌 수위는 간신히 정직으로 낮아졌다.

운동 특기생이라는 주위의 편견이 싫어 꾸준히 자기 계발도 했다. 일본어에 능통하고 한성대 행정대학원 마약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2006년부터 2년간 강단에 서기도 했다.

“안산은 원래 다문화 가정이 많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다.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현재 안산이 겪고 있는 많은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경찰로서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 경감은 “너는 챔피언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 챔피언만큼 잘 할 수 있다”는 선배의 말을 항상 기억하고 있다. “계속 열정적인 형사이고 싶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고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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