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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디션 화제성 넘어서는 뛰어난 음악적 성취…이정아, 정규앨범 ‘언더토우’ 발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오디션 스타들의 화려한 순간은 오디션 무대 밖으로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상류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하류를 바다로 압박하듯, 끊임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깜짝 스타들은 지난 깜짝 스타들을 부지런히 스포트라이트 밖으로 밀어내고 또 밀려났다. 아마추어도 프로도 아니었던 이들은 대부분 오디션 무대 바깥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했다. 그중 일부는 대형 기획사에 안착하며 자리를 잡았지만, 음악적으로 화제성을 넘어서는 성취를 거뒀는지는 의문부호로 남아있다.

엠넷 ‘슈퍼스타K3’ 톱(TOP)11 출신인 싱어송라이터 이정아는 기존 오디션 스타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함께 출연했던 버스커버스커, 울랄라세션, 투개월 등이 가요계를 휘저을 때에도 그는 앨범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대중이 이정아에 대해 간과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는 오디션 출연 전 이미 CJ문화재단의 신인 지원 프로그램 ‘튠업’ 4기에 선발되며 음악적 역량을 입증한 뮤지션이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11일 서울 합정동의 연습실에서 첫 정규앨범 ‘언더토우(Undertow)’를 발표한 이정아를 만났다. 이제 이름조차 대중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이정아가 조용히 내놓은 앨범에는 오디션 스타들을 향한 회의와 편견을 거두고 음악적으로 논의할 만한 결과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감히 말하건대 이 앨범은 지금까지 오디션 스타들이 내놓은 모든 결과물 중 가장 높은 음악적 성취를 거둔 작품이다. 이정아의 질문 하나하나를 곱씹는 느린 화법에선 음악적 고집과 조바심을 내지 않는 침착함이 느껴졌다.

이정아는 “오디션 참여는 주변의 권유와 내 음악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합쳐져 이뤄진 일이었지만, 치열하게 경쟁하고 정해진 틀에 나를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아 톱11 이후 탈락했을 때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다”며 “좋은 음악을 담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제작에 임한 나머지 오히려 주변에서 답답하게 여겼을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이번 앨범에는 집을 나온 신발이 결국 가족들 곁으로 돌아간다는 만화적인 상상을 이국적인 편곡으로 담은 타이틀곡 ‘가벼운 출발’을 비롯해 소록도에 고립된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바람의 노래’, 일본 지진 피해자를 위한 자선콘서트에서 연주해 주목을 받았던 ‘핸즈 오브 러브(Hands of Love)’, 할머니와 사별한 슬픔을 담담하게 표현한 ‘6월’, 부모님의 젊은 시절 연애를 상상하며 가사를 쓴 ‘스위트 드림스(Sweet Dreams)’ 등 13곡이 실려 있다. 

이정아는 “삶은 표면적으로 그저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표면 아래에서 자신도 모르는 감정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바다 깊은 곳에 흐르는 저층 역류를 의미하는 앨범의 제목 ‘언더토우’는 삶의 그런 성격을 대변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 같았다”며 “곡을 쓰기 위해 주위를 살펴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나는 음악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어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정아의 진지한 음악적 태도와 목소리에 감화된 많은 뮤지션들이 앨범 제작을 도왔다. 10대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며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적 실험을 펼쳐 온 베이시스트 정재일이 앨범의 프로듀서와 편곡을 맡았다. 이정아의 은사이자 멘토인 정원영 호원대 교수가 ‘바람의 노래’에 작사와 ‘스위트 드림스’의 작곡으로 참여했다. 그룹 빅마마 멤버 출신인 신연아 호원대 교수가 코러스ㆍ보컬 디렉팅, 아이리시 포크 밴드 바드(Bard)의 박혜리와 베이시스트 양시온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연주ㆍ편곡ㆍ코러스로 앨범에 힘을 보탰다.

정원영은 “이정아는 호원대 입학 전 시험을 치를 때부터 눈여겨봤던 제자로, 별다른 악기 없이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무대와 객석을 장악할 수 있는 아우라를 보여주는 뛰어난 역량을 가진 뮤지션”이라며 “이번 앨범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계는 정말 좋은 목소리를 가진 멋진 뮤지션을 얻게 됐다”고 극찬했다. 이정아는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메시지 전달이라고 보는데 편곡이 정말 잘 돼 원하고 상상했던 것 이상의 결과물이 나왔다”며 “많은 분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배려해줘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지난 13일 해리빅버튼, 고래야, 아시안체어샷 등 ‘튠업’ 출신 뮤지션들과 합동 콘서트 ‘우르르’ 무대에 올랐던 이정아는 오는 19일 오후 8시 서울 서교동 커먼인블루에서 열리는 싱어송라이터 슬라이드로사의 라이브팟캐스트에 출연할 예정이다.

이정아는 “팟캐스트에서 직접 좋아하는 음악들 선곡해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라이브도 선보일 계획”이라며 “정성을 들여 만든 앨범인 만큼 머지않은 시기에 단독 콘서트를 통해 음악들을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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