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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 사태로 날개 단 국제유가…석유회사들 경계태세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이라크 사태가 국제 원유 시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한동안 잠잠하던 국제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2위의 원유 생산국 이라크의 지정학적 불안에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브렌트산 원유 선물은 배럴 당 112달러32센트,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106달러55센트를 각각 기록, 지난 9월 이후 정점을 찍었다.



이라크 급진파 반군은 접경지역에 이슬람 국가를 세우기 위해 북부 지역을 포함한 국토 30% 이상을 점령한 상황이다. 미국이 이라크 정부를 돕기 위한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국제 유가 폭등에 불을 지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라크는 전세계 원유 생산의 약 4%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매장량 기준으로 세계 5위다. 일산 330만 배럴로, OPEC 회원국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만일 이라크 사태가 전쟁으로 번지면 원유 공급 부족으로 유가는 치솟게 된다. 석유회사 메디터래이니언 인터내셔널의 드래건 버코빅 대표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라크의 붕괴는 국제 석유 시장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이는 원유가 배럴 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불안감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로까지 퍼질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시장의 경우 이라크 사태로 인해 앞으로 수일 내 휘발유 가격이 갤런 당 5~10센트 오를 것 같다고 NYT는 전망했다.





하지만 현 단계로선 이라크 사태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IEA는 “갈등이 더 확산하지 않는 한, 현재 발생한 일들만으로는 이라크 원유 공급에 즉각적인 위기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낙관했다. OPEC 역시 지난 12일 추가 증산을 통해 세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밝혀 이라크 사태에 따른 지나친 우려를 차단했다.



특히 이번 이라크 사태의 진원지 북부지역에선 이미 지난 3월에 원유 생산이 중단됐다. 북부 사태가 전체 이라크 원유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로 남부에 있는 원유 생산 및 수출 지역에 타격이 발생하지 않았다.



영국 BBC방송은 휘발유 가격 감시 기구인 AA를 인용해 공급 부족 위기는 영국 휘발유 소매 가격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AA 대변인은 “현재로선 걱정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사태가 지속된다면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 휘발유 가격은 미국의 수요에 더 영향을 받는다”며 덧붙였다.



이라크가 국제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증대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한 사태여서, 전문가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라크는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되려는 중기 계획을 펴왔다. IEA에 따르면 이라크는 2015년 일산 440만 배럴, 2020년 600만 배럴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라크 정부는 엑손모빌, 쉘, 쉐브론 등 서방의 다국적 석유회사의 투자를 주로 남부 지역 원유 매장 지대로 끌어들여왔다.



원유 전문가인 대니얼 예르긴은 NYT에 “모든 석유회사들이 경계태세로 들어갔다”면서 “이들은 현지에 파견된 직원과 설비 안전에 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세계 원유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해왔던 이라크 원유 생산의 성장성이 이제 의심받고 있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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