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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그것이 문제로다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요즘 은행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바로 ‘집을 왜 안 사나?’입니다. 필자가 도심 아파트에서 터무니없이 비싼 전세금을 주고 사는 것을 보며 집 살 여력이 있으면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고 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심지어 요즘 같은 때 집을 안 사면 후회한다고 엄포(?)를 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부동산업자들도 아닌 뱅커(banker)들까지 나서 왜 집을 사라고 하는 걸까요.

지금이 주택의 매수 적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드는 근거는 바로 ‘착한(?)’ 금리입니다. 한국에서 자기 돈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은 사실 없습니다. 은행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그렇다 보니 은행 금리는 집을 사야 할 때 상당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은행사람들이 나서 ‘착하다’고 말하는 요즘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얼마나 될까요?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6월 KB부동산시장 리뷰’에 따르면, 지난 4월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69%였습니다.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한 전달과 같은 수치입니다. 거의 바닥 수준이지요. 대출금리가 3%대라는 것은 예전의 정책금리와 비슷할 정도로 낮다는 게 뱅커들의 설명입니다. 정부의 보증을 받는 대출금리와 비슷하다는 거죠. 따라서 이자 부담이 적으니 대출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집을 사기 딱 좋다는 게 그들의 논리입니다.


물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하면서 금리가 오르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있었습니다.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이 총재의 매파적 성향 때문이지요. 하지만 세월호 사태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기면서 내수가 침체하자 이 총재 역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 총재가 물가 안정보다 경기 침체를 더 걱정하며 “우선 지켜보자”는 식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죠. 만약 경기 회복이 예상만큼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게 시장의 전망입니다. 그렇다면 대출 금리 인상에 대한 걱정도 한풀 수그러들게 됩니다.

부동산 시장 상황도 나빠 보이지는 않습니다. 주택 가격 상승이 한풀 꺾인 것이지요. 5월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07% 상승하기는 했지만 상승폭은 크게 줄었습니다. 심지어 서울 지역은 2013년 11월 이후 6개월 만에 하락세(-0.01%)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KB부동산 전망지수 역시 95.2로 2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습니다. 부동산 전망지수가 100 이하를 기록했다는 것은 3개월 후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른다는 예상보다 떨어진다는 예상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몇 개월 후면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전세가격은 5월에도 여전히 상승하며 6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5년 3개월째 쉼 없이 오른 거죠. ‘미친 전세값’이란 말이 이제는 충격적이지도 않습니다.

가격적 측면 뿐 아니라 공급 부분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냅니다. 신규 물량이 늘면서 선택의 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5월 전국 신규 아파트 분양물량은 3만6000호로 최근 7개월 사이 최대 물량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수도권 내 공급물량이 2만2376호로 전월보다 79%나 증가했습니다. KB경영연구소는 올해 6월까지 신규 분양물량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부동산 중개업자들 뿐 아니라 뱅커들까지 나서 집을 사야 할 때라고 설득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 정부의 세금 정책에 대한 불신, 아직도 너무 비싼 집값 등은 주택 매입 결정을 망설이게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서민들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요.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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