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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부럽지 않다” 뜨겁고 강한 KLPGA 투어의 ‘특급 열기’
골프팬들이 사랑에 빠졌다. 대상은 올시즌 필드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다. 올시즌 KLPGA가 그 어느해보다 폭발적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13일 브라질월드컵이 개막했지만 지구촌을 들썩이는 축구 열기가 부럽지 않다. KLPGA 투어는 이제 그 자체로 상품성 높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바야흐로 여자골프의 ‘신 르네상스 시대’다.

여자골프가 프로골프 투어의 중심에 선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스포츠 전 종목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남자 선수들이 해당 종목의 인기와 산업을 주도한다. 한국 여자골프만은 예외다. 올해는 대회 수, 상금, 선수 스폰서에 걸쳐 ‘여인천하’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올시즌 26개 대회(LPGA 하나·외환챔피언십 제외)에 걸린 총상금은 무려 15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대회 수는 4개 늘어났고 총상금은 24억원 증액됐다. 대회 수는 20008년 이후 가장 많다. 상금은 역대 최고다. 대회당 평균 상금이 6억원까지 늘어났다. 이것도 모자라 시즌 중 대회 신설과 후원을 제안하는 기업들의 러브콜이 줄을 잇고 있다. KLPGA 관계자는 “7,8월 혹서기에도 매주 대회가 열릴 만큼 일정이 꽉 찼는데 몇몇 기업들은 지금도 대회 신설을 문의해 오고 있다. 대회를 만들어도 열 수 있는 날짜가 나오지 않는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진=KLPGA]

여자골프 인기는 가장 쉽게 갤러리 수와 시청률 증가에서 확인된다. 직접 골프장을 찾는 갤러리들의 수는 여자골프 인기가 달아올랐던 지난해보다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 4월 국내 개막전으로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은 지난해 600명에서 올해 1700명으로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매치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줬던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도 2400명에서 3100명, E1 채리티오픈은 3000명에서 5900명으로 증가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애도 기간과 맞물렸던 2개 대회를 제외하곤 모든 대회의 갤러리들이 부쩍 늘어났다.

시청률도 비슷한 양상이다. 올해부터 3년간 KLPGA 주관 방송사로 단독 중계를 맡은 SBS골프에 따르면 매 대회 시청률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롯데마트 여자오픈은 KLPGA 투어 중계 사상 최초로 1% 벽을 돌파했다.( TNmS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3라운드 1.018%, 4라운드 1.229%을 기록했고 이민영과 안시현, 김효주가 우승 경쟁을 벌였던 최종일 오후 3시53분엔 분당 최고 시청률이 1.864%까지 치솟았다. 전라운드 평균 시청률은 0.577%. 지난해 개막전 전라운드 평균 시청률(0.340%·SBS골프+J골프 합산)을 크게 웃돈다.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는 최종라운드 1.449%, 분당 최고 시청률 2.716%을 기록했고, ‘준우승 징크스’ 허윤경의 감동적인 우승 스토리가 더해졌던 E1 채리티오픈은 1.729%의 최고 시청률을 썼다. SBS골프는 모든 대회 코스를 헬리캠으로 항공 촬영하고 48대 카메라로 선수들의 스윙을 다각도에서 동시 촬영한 타임슬라이스 기법으로 골프팬들의 ‘보는 맛’을 더욱 충족시켰다. SBS골프 관계자는 “KLPGA 열기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워지면서 시청률이 급등해 여자골프 중계방송이 킬러 콘텐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좋은 콘텐츠를 보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회 최종일에는 어김없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여자골프 관련 키워드가 뜨는 것도 예전과는 달라진 현상이다.

여자골프 인기는 왜 갈수록 뜨거워질까. 가장 명확한 이유는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절대강자 없이 상향 평준화된 실력,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나타나는 출중한 기량의 새 얼굴들, 패션 등 화려한 스타일, 매 대회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명승부 등 여러 요인들이 자연스럽게 팬들을 대회장으로, TV 앞으로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골프마케팅사 지애드 커뮤니케이션의 강영환 대표는 “골프 대중화가 큰 요인이 된 것같다. ‘하는 골프’에서 ‘보는 골프’로 변하고 있는 추세다. 골프를 즐기는 연령대도 낮아져서 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투어 열기를 주도하고 있다”며 “예전엔 스타플레이어 한두명에 팬들이 몰렸다면 요즘은 많은 선수들에게 분산돼 있다. 챔피언조가 아닌 다른 여러 조에도 100명 안팎의 갤러리가 몰려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장면들이 과거에 달라진 모습이다”고 했다.

여기에 국내 무대는 미국 진출을 위한 발판처럼 여겨졌던 트렌드가 최근 몇 년 사이 확 바뀌면서 스타 선수들의 공백이 없다는 점도 인기상승에 큰 요인이 됐다. 원형중 SBS골프 해설위원은 “미국 LPGA 투어에 뛰려면 엄청난 비용과 적응 노력이 필요한 데 반해 손에 쥐는 상금이나 만족도는 미미하다. 반면 KLPGA 투어 상금 규모가 커지면서 선수들은 굳이 미국으로 나갈 이유가 없어졌다”고 분석하며 “하지만 여기서 안도하면 위험하다. KLPGA가 늘 긴장감을 갖고 남자 골프와 상생하면서 골프 전체 시장을 크게 키우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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