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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맨’ 과 ‘정도전‘ 을 합친 ‘리더’ 라면 좋을텐데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현실에서는 실현되기 힘들겠지만 드라마 ‘빅맨’과 ‘정도전’에서 말하는 리더를 합쳐놓은 리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빅맨’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한 남자가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거대한 권력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진정한 리더상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한국에서 ‘갑’의 횡포에 당하는 ‘을‘의 정서를 외면하고서는 진정한 리더라 할 수 없다.

김지혁(강지환)은 시장통에서 밑바닥 삶을 전전하며 늘 사고만 치고 다녔다. 그런 그가 어느덧 누군가의 꿈이 되고 희망이 되어가고 있다. ‘빅맨‘은 갑에 대한 을의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시장사람들과 조합원 등 사회에서 절대다수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껴안는 새로운 소통법이다. 김지혁은 사람을 너무 잘 믿어 배신을 당하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생계형 배신자마저 포용하는 김지혁은 진정한 리더라 아니할 수 없다. 현성 오너의 아들 강동석(최다니엘)에게 정보를 넘긴 조합원, 아내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신하게 된 구팀장을 안아준다. 적진에서 맹활약던 소미라(이다희)도 이제 김지혁에게 돌아왔다.

김지혁은 돈과 권력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라는 따뜻한 생각은 최고의 재산이자 가치다. 김지혁의 논리도 꽤 내공이 있다. 대형마트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열쇠를 재래시장 시스템 도입으로 찾는다. 투자비용 저렴, 다수 상인 집단 수용. 가격 경쟁력, 상품차별효과, 산지와의 적극 대응으로 유통과정 줄이기 등 재래시장의 인간적이고 활기찬 모습을 경영기법으로 삼는다. 


지혁이 걷는 길은 사람보다 돈이, 권력이 먼저인 동석과는 완벽히 대비되어 시청자에게 더욱 따뜻한 감동을 주고 있다. 돈과 권력을 모두 갖춘 최다니엘은 하나씩 강지환에게 뺏기고 있다.

‘정도전’에도 참 리더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진다. 대업을 달성한 이성계(유동근)는 자신의 천도계획을 신하들이 반대하자 기분이 틀어졌다.

이성계는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돌아온 삼봉 정도전(조재현)에게 “과인이 하는 일에 대해 사사건건 토를 달고 반대만 하는 자들이 많다”고 하자 정도전은 “전하, 가장 이상적인 정치는 천하가 모두 간쟁에 나서는 겁니다”라고 답한 후 “노여워 할 게 아닙니다. 그것이 신하의 소임이옵니다. 군왕이 시키는 대로 하는 자는 밥버러지일뿐 제대로 된 신하라 할 수 없사옵니다”라고 한다. 이어 이성계가 삼봉에게 임금의 소임을 묻자 ”듣는 것, 참는 것, 품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정도전’에서 도당은 요즘 국회로 대입하면 얼추 맞다. 간쟁하는, 반대하는, 이견을 내놓는 사람 말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참된 리더라 할 수 없다. 정도전은 왕은 세습되기 때문에 무능하고 폭군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재상정치를 꿈궜다. 왕이 유능한 인물로 계속 교체되는 신하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 이유다.

‘빅맨‘에서 서민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강지환과 ‘정도전’에서 조재현이 거듭 강조하는, 간쟁하는 신하의 말을 경청하는 임금을 합친 리더가 절실해진다. 그런 리더는 판타지로만 존재하는 걸까.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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