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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철학의 ‘스타’ 미셸 푸코가 남긴 미완의 질문, ‘헤테로토피아’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프랑스 현대철학을 대표하는 학자 중 한명인 미셸 푸코(1926~1984)가 몸과 공간에 대한 실험적 사유를 담은 저작 ‘헤테로토피아’(이상길 옮김, 문학과지성사)가 최근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라디오 채널 프랑스-퀼튀르의 프로그램 ‘프랑스 문화’에서 미셸 푸코가 했던 두 차례의 강연을 묶어 프랑스에서 펴냈던 단행본 ‘유토피아적인 몸/헤테로토피아’와 또 다른 푸코의 논문 ‘다른 공간들’, 인터뷰 ‘공간, 지식, 권력’을 함께 엮어 번역한 것이다. 푸코의 라디오 강연은 각각 ‘헤테로토피아’와 ‘유토피아적인 몸’이라는 제목으로 1966년 12월에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으며 논문 ‘다른 공간들’은 1967년 건축연구회 회의에서 발표한 것이다. ‘공간, 지식, 권력’은 푸코가 1982년 인류학자 폴 래비나우와 가진 인터뷰의 텍스트다.

이 책의 핵심적인 개념은 제목이기도 한 ‘헤테로토피아’로 ‘유토피아’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유토피아는 ‘현실의 장소에 속하지않는 공간’이라면 ‘헤테로토피아’는 ‘구체적이고도 실제적인 장소, 지도 위에 위치지을 수 있는 장소를 가지는 유토피아’, 즉 ‘자리매겨진 유토피아’다. 그것은 아이들에겐 정원의 깊숙한 곳, 다락방의 인디언 텐트, 목요일 오후 부모의 커다란 침대이며, 성인들에겐묘지, 감호소, 사창가, 휴양촌, 정신병원, 감옥 등이다. ‘헤테로토피아’는 우리가 사는 실제의 장소, 지도 위에 한 점을 의미하는 공간에 신화적이고 실제적인 이의제기를 수행하는 일종의 ‘반(反)공간’이다. 푸코는 이 ‘헤테로토피아’에 대한 과학을 주장하며 이를 ‘헤테로폴로지’라고 명명한다. 하지만, 라디오 강연을 했던 이 시기를 지나면 푸코의 저작과 담론에서 ‘헤테로토피아’라는 개념은 더 이상 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후 출간된 논문 ‘다른 공간에서’(1984)로 말미암아 학계에서 다시 한번 이 미완의 개념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고, 푸코의 가장 논쟁적인 문제제기로 떠오르게 된다. 또 다른 라디오강연 ‘유토피아적인 몸’은 실재하는 장소와 현실에 없는 유토피아라는 개념을 결합해 헤테로토피아라는 논의를 펼쳐내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유토피아와 몸의 관계를 기술한다.

다소 어렵지만, 미셸 푸코의 철학에 관심을 기울였던 독자라면 푸코의 지적 모험과 사유의 또 다른 일면을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저작이다. 폴 래비나우와의 인터뷰는 건축과 공간, 권력, 자유에 대해 비교적 명쾌하게 자신의 사유를 드러내는 푸코를 만날 수 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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