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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 백만장자는 ‘삼바춤’ㆍ서민은 ‘블루스’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축구의 나라’ 브라질이 수상하다.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축제 분위기는 커녕 싸늘하다 못해 흉흉하다.

‘월드컵 물가’는 치솟고, 집값도 두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월드컵 리스크’다.

배를 불린 것은 부유층 뿐이다. 올해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특수로 브라질의 백만장자 수는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브라질 월드컵이 위기의 브라질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고조되는 이유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월드컵이 국가 결속은커녕 국민 반감을 키우고 있다”며 “브라질 국민은 막대한 정부 지출과 경찰의 강경 진압에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백만장자 ‘대박’=통상적으로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경제 파급 효과가 커 ‘경제 성장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브라질의 경우 ‘상위 1%의 잔치’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채널 CNBC는 11일 독립연구기관 웰스인사이트를 인용해 “월드컵과 올림픽 특수로 브라질 백만장자가 향후 5년간 22%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브라질 백만장자 수는 지난해 19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5년 후에는 이들이 23만4000명으로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자산 총액은 지난해 9660억달러(약 982조원)에서 2018년 1조3000억달러(1322조원)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브라질 상파울루 주경기장 인근 빈민가 텐트촌. 비닐과 폐자재로 지어진 이곳 텐트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12세 소녀 비앙카(가운데)는 “축구가 싫다”고 말했다. [사진출처=아사히신문]

웰스인사이트의 톰 카라일 분석가는 “브라질 부유층은 부동산 성장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향후 2년간 월드컵과 올리픽이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값폭등ㆍ판자촌 난립=반면 대부분의 브라질 국민의 생활은 더 팍팍해졌다. 정부가 스포츠 이벤트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으면서 빈부격차가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브라질 연방정부는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는 데 258억헤알(약 11조7700억원)을 썼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남아공 정부가 지출한 40억달러(4조680억원)보다 세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대도시 정비에 81억헤알(약 3조7000억원), 경기장 건설에 80억헤알(3조6500억원), 공항 확충에 63억헤알(2조8741억원)이 투입됐다. 당초 대부분 민간자본으로 충당할 예정이었지만 연방정부와 주정부, 각 시당국과 국영은행이 비용의 86%를 떠안았다.

대규모 인프라 개발로 서민들은 외곽으로 쫓겨났고 집값은 2년 전에 비해 두배 가까이 치솟았다. 아사히신문은 “분노한 상파울루 시민이 월드컵 개막 1달 전부터 주경기장에서 3㎞ 떨어진 곳에 불법 텐트촌을 짓기 시작했다”며 “이곳에 입주한 주민은 순식간에 4000가구로 불어났다”고 전했다.

이들은 사유지를 불법 점거하고 정부에 토지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5주전에 텐트촌에 합류한 주부 구라우세 로페즈(32)는 “아파트를 빌리려고 했지만 주변 집값이 터무니 없이 올라 포기했다”며 “월드컵 수혜를 본 것은 부자들일 뿐 서민 생활은 더 힘들어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살인적 물가, 관광객도 빨간불=‘월드컵 물가’는 무섭게 치솟고 있다. 브라질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에도 6.28%로 전월대비 0.13%포인트 올랐지만,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가속도가 붙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면도 크림과 같은 일용품 가격이 극도로 비싸다”면서 “이번달 브라질을 찾은 관광객은 믿기 어려운 비싼 가격표에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WP가 꼽은 브라질 ‘바가지’ 상품 1위는 맥도널드 햄버거 빅맥이 선정됐다. 빅맥 가격은 단품 6.7달러(6800원)로 미국의 4.62달러(4700원)보다 2달러 이상 비쌌다. 콜라ㆍ감자튀김 세트는 8.9달러에 달했다. 이밖에 면도크림(12달러), 캔 콜라(350㎖, 1.6달러), 헤시피 경기장행 미니버스 티켓(35분, 20km, 450달러ㆍ약46만원), 공식 팀 셔츠(101달러) 등이 꼽혔다.

살인적 물가와 정부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브라질 전역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FT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시위는 696건, 구금된 시위대는 2608명으로 집계됐다. 신문은 “인권 유린과 정부의 비용초과로 오는 10월 대선을 앞둔 브라질 집권 노동자당은 지지기반을 상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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