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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킥오프전 자책골부터 먹은 한국…월드컵이 조용하다
세월호 참사 트라우마로 우울한 사회
새벽 4시 등 낯선 경기시간대 악영향…야식 아닌 해장국응원 진풍경 예고
홍명보호 계속된 참패도 흥행 찬물…지구촌 축제 경제효과 미미할 듯


4년마다 돌아오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축제인 월드컵. 축구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흥분으로 수많은 밤을 지샐만큼 지구촌을 열광시키는 매력으로 무장한 월드컵. 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예전 대한민국 국민이 목놓아 부르짖던 ‘오! 필승코리아’ 월드컵이 아니다. 초반 분위기는 최소한 그렇다.

예전같으면 개막식 열흘 전부터 한반도가 후끈 달아올랐을 법 하지만, 이번엔 차분하다. 대기업, 유통 기업, 통신사 등의 ‘마케팅 시선’도 잔뜩 그라운드에 꽂혀 있을때지만, 역시 그렇지 않아 보인다. 월드컵이라고 꼭 광분(?)할 필요는 없지만 월드컵이 갖는 공식, 즉 경제적 효과, 사회적 결집 효과를 이번에는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가 아직 사회에 깊이 상처로 각인돼 있고,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린 위축된 사회심리학적 요소가 결합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처음부터 불은 타오르지 않는 법. 태극전사의 승전보가 쌓이게 되면 한번 붙은 마른 장작에는 거대한 불길이 휩싸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세월호 참사로 “미안해, 분위기”=축구 광팬인 김정현(45) 씨는 “아무래도 이번 월드컵에는 예전처럼 열광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세월호의 아픔을 금세 잊고 축구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말 미안한 심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월드컵 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는 라은정(38ㆍ여) 씨는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나오는 게임 위주로, 그냥 집에서 또는 휴대폰으로 차분하게 시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같은 견해다. 세월호로 인한 사회의 전반적인 ‘미안한 마음’이 월드컵 열광 분위기를 자제케 만드는 소극적 집단심리효과로 연결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경기 시간대가 새벽에 이뤄지는 점도 ‘광란의 월드컵’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태극전사의 경기는 오전 5시~7시 대에 진행된다. 오후 시간대에 게임이 이뤄져 광장에 모여 대규모 응원축제 분위기를 보였던 예전과 사뭇 다르다. 밤샘 응원은 줄어들고, 거리의 광풍은 그래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태극전사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흥행 저조’에 일조하고 있다.

마지막 평가전인 가나전에서 0대4로 대패하면서 홍명보호(號)의 16강행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히딩크호나 허정무호도 평가전에선 예방주사를 세게 맞았었다는 주장이 나오며 본게임에선 선전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지만, 아무래도 태극전사의 투혼이 예전같지 않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올빼미 가고 얼리버드’…그래도 신풍경 월드컵 재미 속으로=예전 월드컵에선 국민 모두 올빼미족(族)이었다. 저녁 경기를 보느라 새벽에 잠들어 늦게 일어났다. 며칠, 아니 한달을 그랬다. 밤새 초롱초롱 했다가, 출근길엔 잠이 덜깨 해롱해롱(?) 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시청 주류에 끼려면 ‘얼리버드(early bird)족’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과의 시차 상 얼리버드 대열에 동참하지 못하면 본방은 물건너 가고 재방송을 볼 수 밖에 없다.

야식응원은 힘들다. 독일월드컵 때처럼 야외 음식점이나 술집에 모여 응원을 하거나 야식을 시켜먹는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해장국응원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직장인 임모(31) 씨는 이번 월드컵 첫 경기 때는 직장 동료들과 24시간 음식점에서 미리 모여 경기를 관람한 후 (해장국)아침을 먹고 출근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직장에선 눈총을 받을 지각대장이 무더기로 등장하고, 오전 업무는 월드컵 화제로 대체되면서 업무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회사 경영자의 볼멘소리도 나올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회자된다.

직장인 허모(34ㆍ여) 씨는 “태극전사 첫 경기가 오전 7시에 열리는 데 일찍 출근해 동료들과 함께 응원할 것”이라며 “승패 알아맞추기 게임을 통해 지는 쪽이 (꽤 비싼)점심을 사기로 했다”고 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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