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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국인엔 0원…국제음악콩쿠르 ‘이상한 지원비’
항공료 · 숙식비용 등 체류경비…외국인엔 특혜수준 전액지원
내국인은 외면…형평성 논란

주최측 “개인 사정 못 봐준다”…국제대회 집착 높은 문턱 여전
“인재발굴 취지 살려야” 목소리



서울시가 주최하는 국제음악경연대회가 형평성 시비에 휩싸였다.

외국인 참가자에게는 항공료, 숙박비 등 국내 체류 경비를 전액 지원하면서도 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참가자에게는 이 같은 혜택이 일절 주어지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내국인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11일 문화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LG그룹과 국내 한 언론사와 함께 매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를 공동 주최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국제음악경연대회인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순으로 연 1회 번갈아 개최된다.

지난 1996년 동아국제음악콩쿠르로 시작해 1997년까지 두차례 열렸지만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중단됐다가 2007년 서울시와 LG그룹이 참여하면서 재개됐다. 짧은 역사에 비해 참가자의 음악 수준이 높아지면서 세계 음악계에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말 끝난 올해 콩쿠르에도 총 21개국 142명이 참가할 정도로 국내외의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콩쿠르가 지나치게 ‘국제대회’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국인 참가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본선을 치르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 참가자에게 항공료와 숙식비, 연습장 등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해외 다른 콩쿠르가 참가 경비의 20~50%를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특혜’ 수준이다.

반면 해외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참가자는 순전히 자비로 콩쿠르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지방에 사는 해외 유학생의 경우 외국인 참가자와 형편이 똑같지만, 주최 측으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다. DVD로 평가하는 예비심사를 제외하면 결선까지 10여일 동안 총 4차례 경연대회가 진행되는데 체류비만 해도 수백만원에 이른다.

음악을 전공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모든 음악인이 돈이 많아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예비심사를 통과해도 한국에 올 경비가 없어 콩쿠르 참가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돈 때문에 실력 발휘할 기회가 박탈되는 셈이다.

이에대해 주최측은 “우수한 해외 음악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으로 개개인의 사정을 다 봐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공동 주최해 콩쿠르가 공익성을 띠는데다 ‘음악 인재 발굴’이라는 취지에 맞게 다양한 계층에서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음악계 관계자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금(1위 5만달러)을 낮추거나 외국인 참가자에 대한 경비 지원을 줄이더라도 보이지 않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콩쿠르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공정성 의혹을 제기하면서 심사위원 실명과 함께 평가 점수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이에대해 주최 측은 “국제콩쿠르연맹에 가입된 콩쿠르 중에서 점수를 공개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에서만 콩쿠르 점수를 공개하는 것은 국제 관례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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