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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 · 성장률 · 금리 ‘3低 늪’ 한국경제가 심상찮다
환율 5년10개월만에 1010원대 추락…통화완화 정책 선진국 환율전쟁에 유탄
세월호 악재속 수출·내수 동반부진 불가피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3.7%로 하향조정…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폐해도 가시화


우리 경제가 저성장, 저환율, 저금리 등 ‘3저(低)의 늪’에 빠졌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4% 성장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화만 ‘나홀로 강세’를 보여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을 받쳐줄 금융부문의 실적악화가 본격화하는 등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폐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당시와는 달리 ‘보이지 않는’ 위기가 엄습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자릿수 진입 “시간문제”=전문가들은 1010원대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의 세자릿수 진입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의 1000원 붕괴가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도 “당국 개입이 없었더라면 환율은 진작에 900원대로 갔을 것”이라며 “올 하반기 중에는 세자릿수 진입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1997년 자율변동환율제를 시행한 이래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를 보였던 시기는 2006년부터 2008년 초까지다. 2005년 7월(11일)에 1043.7원을 기록한 후 2006년 1월(4일) 998.5원을 기록하면서 900원대에 최초 진입했다. 이후 2008년 4월(29일) 1001.0원으로 상승할 때까지 약 27개월간 세자릿수에 머물렀다.

▶선진국 환율전쟁에 ‘새우등’ 터져=원화절상 속도가 기존 전망보다 빠른 데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경쟁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환율전쟁의 ‘유탄’을 우리나라가 이미 맞고 있다는 것이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최근 ‘신(新) 글로벌 통화전쟁의 가능성과 정책대응 방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경상수지 흑자국에 대해 1980년대 후반과 같은 통화절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 독일, 일본과 함께 한국을 주요 경상수지 흑자국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통화절상을 공식 이행하고 있고, 독일은 유로화를 남유럽이 같이 쓰고 있어 절상 요구가 사실상 어렵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중국을 견제하는 정치ㆍ외교적 특성상 미국의 ‘용인’을 받고 있어 우리나라만 절상 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게 오 연구위원의 관측이다.

▶수출ㆍ내수 동반부진으로 성장률 하락 불가피=예상치 못한 세월호 사고로 4% 성장률 달성도 묘연해졌다. 세월호 여파에 따른 소비 부진이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지난해 말에 3.9%(신기준 4.1%)를 제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세월호 여파 등 내수 회복세 부진을 이유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2%포인트 내린 3.7%로 수정했다. LG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소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내수가 취약한 상황에서 원화 강세로 수출마저 줄어들면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저환율로 수입물가가 떨어지면 내수가 좋아질 것이란 견해도 있지만, 내수 침체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환율 하락이 경기부양으로 직결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정훈 연구위원은 “중소ㆍ중견 기업의 수출부진이 오히려 민간소비 침체와 밀접히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오정근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지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3%로 낮아진다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1015원 선까지 추락한 10일 오전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환율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경기부진으로 저금리가 더 장기화될 경우 우리경제에 미치는 폐해도 적지 않다.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될 수 있고 저성장을 부추길 수 있다. 금리ㆍ통화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유동성의 함정’도 초래할 수 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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