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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 박인호> 세월호 참사와 ‘진짜’가 사라져가는 전원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산행을 즐기는 이라면 높은 산의 등산로 초입에서 더덕 등을 풀어놓고 파는 산골주민을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도시에서 온 등산객들에게 더덕을 보여주며, “바로 이 산에서 캔 ‘진짜’ 산더덕”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일부 등산객은 지갑을 연다.

아마도 이렇게 깊은 산속이라면 진짜 산더덕이 많을 것 같고, 또한 산골사람들의 순박함과 인심을 믿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더덕의 대부분은 재배 더덕이다.

필자는 매년 5월이면 ‘나물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곰취를 뜯으러 산에 오른다. 해발 700m가 넘는 가파른 산비탈을 힘겹게 오르내리면서 한 장 한 장 뜯어 모은다. 진짜 자연산은 이처럼 수량 확보가 어렵다. 강원도 산골에서 판매한다고 해서 자연산 곰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강원도 홍천 산골로 들어온지 어느덧 5년째. 해를 더할수록 전원에서도 ‘진짜’가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음을 지켜본다. 물론 자연에는 ‘진짜’가 있다. 하지만 ‘스스로(自) 그대로(然)’인 자연을 내세워 ‘진짜’라고 파는 것들 중 상당수가 ‘짝퉁’이라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진실이다.

요즘 여기저기서 “심봤다!”는 소리가 들린다. 산에서 산삼을 캤다는 것인데, 우리나라가 이렇게 산삼이 많이 나는 곳인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물론 산삼에도 등급이 있다. 인삼 재배가 늘면서 새들이 인삼열매를 먹고 산속에 배설한 인삼씨가 발아한 하위 등급의 산삼이 최근 자주 발견된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산 산양삼(장뇌삼)을 산삼으로 속여 팔거나, 중국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어린 묘삼 등 인삼을 산에다 옮겨 심어놓고서는 산양삼이라고 속여 파는 행위도 드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필자 역시 주변에서 이런 소문들을 자주 접한다.

자연산 뿐아니라 재배 농작물에서도 ‘진짜’를 찾아보기란 갈수록 어렵다. 유기농 된장을 만들자면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콩을 원료로 확보해야 한다. 유기농 작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과연 그럴까.

“국산 유기농 콩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 때문에 고유의 콩 맛을 상실케 하는 제초제를 뿌리지 않은 콩이라도 찾아보지만 이마저도 구하기 어렵다.”

지난 10여년간 강원도에서 유기농 된장을 만들어 팔아온 K씨(70)의 하소연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수많은 유기농 된장은 도대체 어떤 유기농 콩으로 만들었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전원에서도 ‘진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바로 ‘물욕(돈)’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인 이 ‘전염병’에 자연까지 감염된 지 오래다. 이를 치유하기 위한 범국민적인 의식혁명과 도덕 재무장 운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전원 또한 더 늦기 전에 무위의 순수성을 회복하고 거듭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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