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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화식열전> 재평가 받는 삼성의 경영권 가치
옛날 중국 진(晉)나라 귀족 범선자가 노(魯)나라 현자 목숙을 만나 물었다.

“죽은 후에도 썩지 않는다(불후, 不朽)는 참 뜻이 무엇입니까?”

그러면서 미처 답을 듣기도 전에 자랑하기를, “우리 집안이 수 천년간 집안을 유지해왔는데, 이게 불후 아닐까요?

이어 목숙이 담담하게 답한다.

“대대로 제사가 끊기지 않는 것은 어느 나라에도 다 있는 일입니다만 큰 복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불후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최상의 불후는 덕(德)을 세우는 것이며, 그 다음이 공(功)을 세우는 것이고, 그 다음에 세상에 말을 남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끊이지 않는 이 세 가지를 불후한 것이라고 합니다”

춘추(春秋)라는 책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요즘 삼성그룹주가 뜨겁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인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누우며 오랫동안 가라앉아 있던 경영권 가치가 주가에 반영된 덕분이다. 일각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해소 계기라는 평가도 내놓을 정도다. 인수ㆍ합병(M&A)이 자유로운 시장경제에서 경영권 프리미엄도 기업 가치의 한 부분임이 분명하다. 그럼 이 회장이 건강할 때는 왜 이 가치가 드러나지 않았을까?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3.38%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해봐야 17% 남짓이다. 이 회장보다 많은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자들도 수두룩하다. 숫자로만 보면 이들이 이사회와 경영권을 장악하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바탕은 숫자가 아닌 경영능력이다. ‘불후’의 고사에 빗대면 덕(德) 또는 공(功)이 원동력이다.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그리고 계열사들의 잇따른 사업과 지분조정 등은 후계 구도의 포석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후계 구도에는 다음 대(代)로의 주식 대물림 이상의 의미도 숨겨져 있다. 현 상황에서는 삼성이 아무리 애를 써도, 주주들의 반대 없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이 회장 일가의 지분률을 크게 늘릴 방법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다음 후계자가 경영능력과 성과로 주주들의 신뢰를 얻는 편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주식회사는 다수결로 의사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히틀러는 아인슈타인을 싫어했다. 그래서 독일의 물리학자 200여 명을 동원하여 상대성이론이 틀리다는 서명을 받아 발표한다. 이 때 아인슈타인의 대답이다. “내 이론이 틀리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는 200명의 물리학자가 아니라 능력있는 물리학자 단 한 사람이면 족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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