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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비, 약혼자와 연구 또 연구…마침내 찾은 ‘인비표’ 컴퓨터 퍼트
1년 넘게 지켰던 세계 정상에서 내려온 순간, 말로는 “무거운 왕관을 내려놓아 홀가분하다”고 했지만 상실감은 예상 밖으로 컸다. 추격자로 돌아온 그는 다시 무섭게 변했고 마침내 11개월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그를 웃게 만든 것은 이번에도 역시 ‘퍼트’였다.

‘골프여제’ 박인비(26·KB금융)가 돌아왔다. 필드를 지배했던 지난해의 플레이를 보는 듯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박인비가 9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 사일로 골프장(파71·6330야드)에서 열린 매뉴라이프 LPGA 파이낸셜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무려 10개를 쓸어담으며 10언더파 61타를 쳤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1타를 적어낸 박인비는 크리스티 커(미국)를 3타 차로 제쳤다.

박인비는 이로써 지난해 6월말 US여자오픈 이후 약 11개월 만에 우승의 기쁨을 맛봤고 2008년 US여자오픈을 시작으로 투어 통산 10승째를 달성했다. 박인비가 시즌 첫승 테이프를 끊으면서 올시즌 우승 가뭄에 시달렸던 코리안낭자들의 우승 사냥에도 힘이 붙게 됐다.


박인비는 그러나 지난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게 내준 세계랭킹 1위 자리는 곧바로 되찾지 못한다. 여자골프 세계랭킹은 최근 2년(104주) 간 선수들의 성적을 출전 대회 수로 나눈 포인트에 따라 산정하는데, 최근 13주 동안의 대회 성적에 가중치를 두고 있다. 때문에 올해 2승을 수확한 루이스를 따라잡지는 못했지만 1위 탈환의 든든한 발판은 마련했다. 박인비는 우승상금 22만5000달러(약 3억원)를 보태 상금랭킹이 7위에서 4위(74만510달러)로 뛰어올랐다.

펑산산(중국)에게 두 타 뒤진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는 이날 전후반서 5개씩 버디를 잡아내며 통쾌한 역전극을 펼쳤다. 8번홀까지 5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 경쟁에 뛰어든 박인비는 10번홀(파4)에서 두번째 샷을 홀 1.5m가량에 떨어뜨리고 버디를 추가했다. 12번홀(파3)에서는 홀인원이 될 뻔한 완벽한 티샷을 과시하며 또다시 한 타를 줄였고 13∼14번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낚아 2위 그룹과 격차를 더욱 벌렸다. 이날 박인비가 작성한 10언더파 61타는 지난해 3라운드에서 디펜딩챔피언 박희영이 기록한 코스레코드와 타이기록이다.

박인비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지난주 세계 1위를 빼앗긴 게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그게 동기부여가 됐냐는 말씀이죠?” 라고 웃으며 “사실 맞다. 그동안 내겐 특별한 동기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주 1위를 내주고 나서 나를 더욱 낮추고, 강하게 만들었다. 1위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되찾고 싶었다”고 했다.

박인비는 “우승 요인 중 또 하나는 퍼트다. 정말로, 확실히 퍼트가 열쇠다. 이렇게 퍼트가 잘된 적은 처음이었다. 마침내 내 퍼트가 돌아왔다”고 기뻐했다.

‘컴퓨터 퍼팅’으로 불렸던 박인비는 올시즌 예전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평균퍼트 수에선 28.95개로 1위를 지켰지만 버디와 파를 결정짓는 그린 적중시 퍼팅수(Putts per GIR)에선 1.762개로 4위에 그쳤다. 급기야 5월 말 에어버스 LPGA 클래식에선 1년만에 컷탈락하는 충격을 맛봤다. 이 대회 후 박인비는 “그동안 난 내 퍼팅 스트로크와 스윙, 그 어떤 것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확실히 퍼팅 스트로크에 변화를 주겠다”고 했다. 박인비는 올 가을 결혼하는 약혼자이자 코치인 남기협(33) 씨와 지난해 퍼팅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몇번이나 되돌려보며 함께 연구했다. 퍼팅 감각이 최고조였던 지난 시즌 퍼팅 스트로크를 떠올리려고 노력했고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예전의 퍼팅을 재현하려고 했다.

박인비의 매니지먼트사인 IB월드와이드 이수정 국장은 “퍼팅 문제가 가장 컸다. 퍼터 때문인지,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 건지 고민이 많았다”며 “작년 US오픈 비디오를 보면서 피니시 때 오른쪽 어깨를 많이 움직이는 부분을 고치고 스트로크 시 퍼터가 지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점도 보완해 지난해 퍼팅 감각을 되찾는 데 최대한 집중했다”고 귀띔했다.

그 결과 박인비는 이 대회서 홀당 평균퍼트 수 1.5개의 짠물 퍼팅을 과시하며 정상에 올랐다. 특히 최종라운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148위에 해당하는 237야드에 불과했지만 정확한 아이언샷과 퍼트로 10개의 버디를 낚을 수 있었다. 박인비의 말대로 퍼트가 열쇠였던 셈이다.

박인비의 다음 목표는 오는 20일 개막되는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US오픈 2연패다.

박인비는 “US오픈을 앞둔 대회서 우승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며 “US오픈은 올해 가장 기다렸던 대회 중 하나다. US오픈 코스가 내 골프 스타일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좋은 에너지와 자신감이 더해졌기 때문에 US오픈 2연패를 이뤄내겠다. 그 후에 세계랭킹 1위 탈환과 브리티시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게 올시즌 목표다”고 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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