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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권대봉> ‘창조의 시대’ 꽃피우려면 자율문화는 필수
권대봉 고려대 교수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기간 동안 후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약속한 것을 종합하면, “저를 선택하면 아이들은 좋은 교육을 받게 될 것입니다.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주거생활을 할 수 있고, 안전한 생활이 보장됩니다. 안전사고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도 나라도 모두 튼튼해질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렇지만 “제가 이 모든 것을 여러분께 드리기 위해서는 재원이 이 만큼 필요합니다. 저를 선택하면 세금 낼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 후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여러분 모두가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누구든지 응분의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후보도 없었다.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공약이 이성에 호소하는 공약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감성을 가장 잘 자극하는 후보자가 당선되기도 하지만, 경쟁자들의 분열이나 실수로 승리의 기회를 잡기도 한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가 그렇다.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노선과 다른 성향을 가진 시ㆍ도 교육감이 많이 당선되어 교육정책 충돌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일선 학교를 교육부가 더 통제할 것인가 아니면 교육청이 더 통제할 것인가의 주도권 싸움을 하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교육당국이 가진 통제의 패러다임을 단위학교 자율의 패러다임으로 바꾸면 충돌을 피할 수 있다.

교육청이 교육부로 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단위학교에 주지 않으면 교육자치가 유명무실해진다. 자율은 책임을 동반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은 단위학교 자율화가 활성화되어 있다. 만약 일선학교에 주어야 할 자율권을 주지 않고 교육청이 틀어쥐고 있는 한, 그 동안의 습관이 되어버린 통제행정을 새롭게 지원행정으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행정이 바뀌려면 정부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비즈니스가 바뀌려면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교육이 바뀌려면 학교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서 선진문화를 창달하려면 교육과정을 바꾸어야 한다. 학교의 교육과정은 물론 지역사회와 일터의 평생교육과정도 바꾸어야 한다. 사회문화를 학교교육과 지역사회교육, 기업교육과 공무원교육을 통해서 바꾸려면 몸에 체화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국가대개조론이 성공하려면 국가시스템을 개조해야할 뿐만 아니라, 바뀐 시스템이 온전히 작동할 수 있도록 선진문화를 창달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선진문화 창달 방법은 문화자본을 활용하는 데에 있다. 교육기관의 교육자보다 더 교육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회교육자는 문화자본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는 한 학기의 강의보다 더 영향력이 크다. 세계적으로 한류열풍을 불러일으킨 “대장금”이나 “겨울 연가”, 그리고 “별에서 온 그대” 등은 모두 드라마이다. 문화자본의 힘이다.

한국사회를 선진화하는 기제로 문화자본을 활용한다면 정부문화, 기업문화, 그리고 학교문화를 바꿀 수 있다. 문화융성을 위해서는 역사문화와 예술문화 뿐만 아니라 삶의 양식인 조직문화와 사회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대결과 투쟁의 사회문화를 대화와 상생의 사회문화로 바꾸려면 토론문화도 바꾸어야 한다. 사회적인 쟁점을 두고 토론할 적에 정파적 입장에서 대결하면 갈등과 분열만을 조장하게 된다.

금곡(金谷)선생은 “한국이 모방의 시대와 절충의 시대를 지나 창조의 시대를 맞이하였다”고 일렀다. 모방의 시대에는 타율문화가 불가피했다. 절충의 시대에 자율문화가 싹이 텄다. 창조의 시대를 꽃피우려면 자율문화가 필수적이다.

자율문화가 정착되면 정부는 창조행정, 기업은 창조경영, 학교는 창조교육이 가능해져 문화자본을 축적할 수 있다. 문화자본이 축적되면 한국은 문화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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