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죽을 때 지나도 살아있네” 日중학생 원폭피해자 비하 ‘물의’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일본에서 중학생이 70대 원폭 피해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8일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일본 나가사키(長崎)시를 방문한 요코하마(橫浜)시의 한 공립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원폭 피해자 모리구치 미쓰기(森口貢ㆍ77) 씨에게 ‘죽을 때가 지났는데 아직 살아 있다’는 취지의 폭언을 내뱉었다.

‘나가사키 증언 모임’이라는 단체의 사무국장인 모리구치 씨는 당시 수학여행 중인 이 학교 학생들에게 원자폭탄이 투하된 중심 지점인 폭심지 근처의 한 초등학교를 안내하며 설명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이때 개별 행동을 하던 학생 5명 정도가 다가서서 “죽을 때가 한참 지난 늙은이”라고 큰소리로 말하고 주변의 학생들에게 ‘웃어라’, ‘박수쳐라’라고 동조를 요구하는 등 조롱 섞인 발언을 반복했다.

모리구치 씨와 인솔 교직원이 이들에게 주의를 줬지만 이들은 즉각 폭언을 중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구치 씨는 다음 날 “많은 피폭자에게 미안하고 괴로운 시간이었다”면서 해당 중학교 교장에게 항의 편지를 보냈다.

교장은 모리구치 씨가 안내를 시작할 때 태도가 불량한 1명에게 “들을 생각이 없으면 나가라”고 꾸짖었는데, 이 학생이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허용될 수 없는 언사라서 ‘반성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모리구치 씨는 “이런 경험은 처음이고 슬프다”면서 “전쟁이 끝난 지 69년이 지나 전쟁의 비참함을 모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학교 측은 교장의 사과문과 학생들의 생각을 적은 글을 모리구치 씨에게 보낼 예정이다.


che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