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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수 기자의 상수동 이야기10>줄 서야 먹는 상수동 필수맛집 5곳
[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지금 줄 서시면 7시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덥다. 사람도 많다. 일단 집에서 나왔는데, 역시나 연휴다. 6월 6일. 피자를 시켜먹을까? 집에 남은 나물로 비빔밥을 먹을까? 아내와 침대에서 뒹굴뒹굴 1시간여 고민 끝에 일단 나왔다. 상수동 뒷골목을 헤매던 도중, 최근 상수동에서 엄청난 손님이 몰려온다는 그 피자집이 떠올랐다.

상수동에는 개점 시간에 정확히 맞춰가지 않는 한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는 맛집이 많다. 그 중 몇몇은, 예전엔 널리 알려지지 않아 쾌재를 불렀던(나만의 비밀 같은) 곳도 있다. 이젠 꿈 같은 일. 점심 시간을 피해, 저녁 시간을 피해 요리조리 짱구(?)를 굴려도 소용없는, 줄을 설 각오가 아니라면 결코 허락지 않는 그 맛집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상수동에 사는 필자도 아직 먹어보지 못한, 최근 상수동에서 가장 ‘핫한’ 피자 전문점 ‘시카고(서울 마포구 서교동 395-78 3)’다. 최근 유명 음식프로그램에도 소개돼 더더욱 인기가 높아졌다 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미 맛을 본 바 있는, 엄청난 인내력의 지인에 따르면,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두툼한 토우와 엄청난 치즈가 압권이라고. 시카고를 가본 적 없으니 진짜 시카고에선 이런 피자를 먹는지 알 길 없지만.

이날 시카고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역시나 길가에 가득한 대기손님에 이미 질렸다. 날씨는 6월을 비웃듯 숨이 턱턱 막힌다. 그래도 기다린다.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계단에도 이미 사람이 가득하다. 지금 줄을 서면 7시에 입장할 수 있다하니 3시간을 이 날씨 속에서 기다려야 한단 소리. 주변에서 “이번 주말에 상수동 시카고에서 피자를 먹었어”라고 말하는 지인이 있다면, 분명 담배도 끊을만한 의지의 소유자. 혹은 맛집이라면 휴가도 낼 만큼 미식에 대한 갈망가이거나. 


시카고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한 캐슬 프라하 바로 옆 건물이다. 그냥 줄이 가장 긴 건물 앞을 찾아도 좋다.

여름철엔 시카고의 긴 줄 못지않은 곳이 또 있다. 경성팥집 옥루몽이다. 이젠 서울 주요 지역마다 분점이 생겨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팥빙수 전문점. 맛이야 같겠지만 그래도 본점은 뭔가 특별하지 않겠나. 

이젠 너무나 유명해진 상수동 옥루몽 본점이다. 일찌감치 찾아온 여름 덕분인지, 6월부터 옥루몽엔 기나긴 줄을 견뎌야만 한다. 무더운 날씨 속에 하세월을 보내고 입에 넣는 팥빙수는, ‘시장이 반찬’ 격일지 모르겠다. 상수동에서 지인들과 만날 때마다 입가심으로 꼭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곳인데, 여름철엔 자제해야 할 성싶다.

꼭 옥루몽을 가야 한다면, 줄이 긴 본점보다는 시카고가 있는 골목 끝에 있는 분점을 추천한다. 맛은 똑같고 줄은 훨씬 짧다. 사실 종각역 인근 식객촌에 있는 옥루몽을 가도 맛은 똑같다. 처음 본점만 있을 때엔 자랑스레 지인들에게 소개했는데, 이젠 곳곳에 분점이 늘어나니 개인적으론 서운한 마음도 감출 수 없다. 홀로 알던 인디밴드가 어느 순간 전국구 스타가 된 기분이랄까. 



서운한 마음을 넘어 분노까지 이는 가게도 있다. ‘리틀 파파포(LITTLE PAPA PHO)’란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처음 가게 문을 열 때부터 반해버린 쌀국수집이다. 현지인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로 자리가 10명 남짓한 작은 음식점. 업무상 베트남 출장이 잦았는데, 현지에서 접한 쌀국수와 똑같은 맛이다. 쌀국수 뿐 아니라 사이드로 주문할 수 있는 스프링롤이나 짜조도 으뜸. 밥 메뉴도 어느 하나 후회한 적 없다. 숙취에 시달리는 다음날 해장으로도 그만이다.

그랬던 이곳이, 어느 순간 입소문이 나더니 이젠 어느 시간에 가도 항상 줄을 서야 하는 맛집이 돼 버렸다. 이제 내 야식은 어디서 해결해야 하나. 내 숙취해소는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나.

하지만, 단언컨대 이 쌀국수집은 기다려서 먹을 가치가 충분하다. 요즘은 워낙 인파가 많다 보니 예전엔 없던 브레이크타임까지 생겼다. 점심 시간 이후 5시까진 브레이크타임으로, 오후 5시 직전에 도착해 줄을 서는 것도 팁이 되겠다. 이곳은 합정역에서 상수역으로 가는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상수역 방면 농협 건물 옆 뒷골목으로 가면 찾을 수 있다.

구슬함박은 원래부터 이리 긴 줄을 선 음식점은 아니었으니. 그런데 한 음식 전문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이후 이젠 줄을 서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는 유명 맛집이 됐다. 상수동 주차장 길 초입에서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데 찾기 쉬운 위치는 아니다.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서울 마포구 상수동 316-12). 수제 함박스테이크 전문점인데 1만원 안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가격도 착한 편이다.

가격도 착하고 맛도 나쁘지 않지만, 긴 줄이 부담스럽다면 인근에 있는 다수의 수제 함박스테이크집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까운 곳에 있는 함박식당(서울 마포구 상수동 316-12)도 입소문이 퍼진 수제 함박스테이크 전문점이다. 



마지막 5번째, 상수동의 터줏대감 격인 윤씨밀방.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가게가 생기고 사라지는 상수동에서 윤씨밀방은 오랜 시간 꾸준하게 사랑을 받아온 곳.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인기를 자랑한다. 이곳 역시 함박스테이크가 유명하지만 역시나 윤씨밀방의 하이라이트는 왕만두. 테이블이 몇 개 없으니 오랜 기다림은 필수다.

예전 상수동을 처음 알게 된 현 아내와의 연애 시절, 만두를 포장해 인근 한적한 골목길에 앉아 나눠 먹던 그 만두 그 맛 그대로다. 싸울 일 없이 하나만 먹어도 배부를 만큼 넉넉한 만두이니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물론, 함박 스테이크나 날치알 크림스파게티, 김치볶음밥 등 어느 메뉴 하나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좋다.

게다가 더 중요한 사실은, 상수동의 대표 맛집임에도 착한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젊은 청춘들에겐 그야말로 보물과도 같은 상수동 맛집이다. 필자의 연애 시절 역시 마찬가지. 윤씨밀방을 지금도 사랑하는 건 그 음식에 담긴 맛, 그리고 추억 덕분이다. 부디 오래오래 윤씨밀방의 추억이 계속되길.

최근 삶에 대해 고민하는 필자에게 한 선배가 말했다. 시련 뒤에 영웅은 나온다고. 그래서 시련을 견뎌보기로 했다. 뜬금없지만 긴 줄은 맛집의 문을 열기 위한 필연과도 같은 시련이다. 시련의 끝은 달콤하다. 이번 주말에는 당신이 영웅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진짜 속말 한 마디. 정말 맛이 있어 기다리는 걸까? 기다리니 맛이 있는 걸까?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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