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삼성 계열사 재편 가속…그럼 금융계열사 처리는?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발표 등 삼성의 계열사 재편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또 다른 큰 축인 금융계열사 쪽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 계열사 정리도 곧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는 있지만 자칫 섣부른 투자가 될 수 있다며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삼성 금융 계열사의 움직임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달 초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이 각각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선물을 100% 자회사로 두기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삼성이 삼성생명을 꼭짓점으로 한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일반 지주회사 전환을 전제로 금융계열사 소유를 허용하되 자본이동 차단을 위해 금융계열사는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지배하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금융과 산업자본이 혼합된 복잡한 순환출자를 갖고 있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중의 핵심은 삼성전자에 대한 이건희 회장 일가(一家)의 지배력 강화다. 현재 이 회장 일가는 확고한 지배력을 갖춘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관련주들도 들썩였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8일 삼성SDS 상장 결정 이후 지난 3일까지 주가가 11.83% 뛰었다. 삼성물산(21.27%)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이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사가 되려면 현재 10.4%, 11.4%인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에 대한 지분율을 법적 요구 수준인 30%(비상장사인 경우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추가 매입 과정에서의 이들 종목의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있다.

그러나 중간금융지주사가 현실화되려면 적지않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법안이 가로막고 있다. 지난달 2일 국회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보험ㆍ증권 등 비은행금융지주회사는 일반 자회사를 갖지 못하도록 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둘 수 없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빠진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그룹 입장에선 무의미하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간금융지주사를 만들면 삼성전자 지분을 빼앗길 수 있다”면서 따라서 당장 가시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에선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사업회사를 따로 두고 이를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게 아니라 ‘운용자산’으로 두고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7.6%를 보유한 1대 주주라는 점에서 이런 전략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삼성그룹 재편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ㆍ정치적으로도 큰 이슈”라며 “조금이라도 투명하지 않거나 편법이 의심되면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불필요한 비용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1대 주주 자리에서 내려오기 위해 지분율을 낮추는 것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지배지분을 어떻게 확보할지, 설사 안정적으로 지분이 이동하더라도 막대한 양도차익과세는 또 어떻게 해결할지 등도 문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분명 삼성의 금융 계열사 구조 단순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중간금융지주사를 예상하고 이에 따른 수혜를 노린 투자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kw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