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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개표방송 진행 중인 홍기섭 앵커, 보직 사퇴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송독립’이라고 적힌 뱃지를 달고 KBS 개표방송을 진행 중인 홍기섭 취재주간이 ‘KBS 사태’를 참담한 심경으로 바라보며, 보직을 내려놨다. 홍기섭 KBS 보도국 취재주간의 뉴스는 이날 개표방송이 마지막이다.

홍기섭 취재주간은 4일 6.4지방선거 개표방송에 들어가기 직전 사내 전자게시판에 보직사퇴 의사를 밝힌 글을 남겼다.

홍 취재주간은 ‘뉴스9’의 결방만은 막아야겠다는 판단으로 방송을 진행했으나, 4일 개표방송을 마지막으로 임명 3주만에 보직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했다. 



홍 취재주간은 특히 지난 2일 단행된 보도본부 간부들의 지방총국 평기자 발령을 언급하며 “보도본부 국장단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후배동료의 지방발령인사가 취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더이상 설자리도 할 일도 없어졌습니다”며 “두번째 본부장마저 붙잡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자리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너무 염치없는 짓이지요”라며 개탄했다.

그러면서 “후배 부장,팀장들을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던 제가 그들 편에 서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라며 “9시뉴스만은 지켜야 한다고 했던 제가 그 사명감을 잠시 내려놓는건 더더욱 고통스러웠습니다”라고 했다.

특히 “개표방송은 선거기획단장과 보도본부장이 급히 요청해 받아들였지만 차마 번복할 수 없었던 점 양해바랍니다”라며 “개표방송은 공영방송의 중요한 책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개표방송을 마지막으로 보직사퇴하려 한 저의 뜻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제 보직을 내려놓으려 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사장님, 국민의 방송 KBS를 지켜주십시오. KBS 정상화라는 더 절박한 것을 갖고 싶다면 먼저 손에 쥔 것을 놓아야 합니다”라며 “사장님의 용단을 간절히 기다립니다”라며 길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shee@heraldcorp.com

▶ KBS 사내게시판에 올라온 홍기섭 취재주간 글 전문

저도 이제 보직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임명된게 지난 5월 13일이니 딱 3주가 지났군요.

격동의 87년이라고 하죠. 27년전인가요.

수습꼬리를 채 떼기도전에 14기 동기 기자들이

공정보도를 외치며 농성하고 대자보를 써붙인 일로 모두가 지방으로 쫒겨난 적이 있었지요.

그 때도 여기자 2명은 제외됐는데 이번에 동료 김혜례 부장이

아무 연고도 없는 광주로 발령이 났습니다.

어느 총국장은 업무복귀 호소문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임 5개월도 안돼 보직을 박탈당했습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인사폭거입니다.

사장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나 어느 세력편에도 선 적이 없는 중간인,회색인으로 살아왔습니다.

오직 당당하고 떳떳한 보도만을 꿈꿔온 기자일뿐입니다.

후배들도 저와 다르지 않습니다.

좌파노조나 기자 직종 이기주의란 말은 거두어주십시오.

협회나 노조가 정치세력화한다니요. 해서는 안되는 말입니다.

그렇게 규정하면 사장님 편에 설 사람이 밖에서 몇명 늘어날지 모르지만

스스로 KBS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기자들을 모욕하는 위험한 발언입니다.

이제 홀가분해졌습니다.

보도본부 국장단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후배동료의 지방발령인사가 취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더이상 설자리도 할 일도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본부장마저 붙잡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자리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너무 염치없는 짓이지요.

후배 부장,팀장들을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던 제가 그들 편에 서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자리에 연연해서가 아닙니다.

9시뉴스만은 지켜야 한다고 했던 제가 그 사명감을 잠시 내려놓는건 더더욱 고통스러웠습니다.

후배 여러분께 한마디 드립니다.

개표방송은 선거기획단장과 보도본부장이 급히 요청해 받아들였지만

차마 번복할 수 없었던 점 양해바랍니다.

개표방송은 공영방송의 중요한 책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개표방송을 마지막으로 보직사퇴하려 한 저의 뜻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사장님,

국민의 방송 KBS를 지켜주십시오.

무언가를 꼭 쥔 두 손으로는 아무 것도 잡을 수 없습니다.

KBS 정상화라는 더 절박한 것을 갖고 싶다면

먼저 손에 쥔 것을 놓아야 합니다.

사장님의 용단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보도국 취재주간 홍기섭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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