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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라이프] 저커버그 ‘회색셔츠’ 엔 숨은 코드 있다
[특별취재팀]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 오늘날 IT 역사를 새로 쓴 이들은 한 눈에 봐도 별나다. 관심있는 전문 분야 외에는 그 어느 것도 상관 없다는 듯,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 대학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고 유행에 동떨어진 옷을 입는다. 늘 같은 차림의 이들이 ‘Brand New(완전히 새로운)’ IT 경쟁에서 승자가 됐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IT 성공 모델이 된 이들의 스타일은 그저 아무것도 아니었을까. 스티브 잡스가 이세이 미야케의 검은 터틀넥과 리바이스 진을 고집했던 것이 애플의 제품에 집중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그의 전기에서 밝혀졌다. 잡스는 시계조차 차지 않았고, 옷차림이 단순(simple)해 지면서 시선은 애플의 신제품으로 쏠렸다. ‘단순’은 불필요한 것을 배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감성을 이끌어내는 그의 생활방식이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와 닮았다는 마크 저커버그의 회색 티셔츠 룩(look) 역시 마찬가지다. 매일 편하고 똑같은 옷을 고민없이 입으면서, 보다 중요한 곳에 신경을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에선지 늘 브이넥 스웨터를 입는 빌 게이츠의 프레피 룩(미 명문 사립고등학교학생들이 입는 듯한 스타일)을 고수한다. 패션업계는 이들의 스타일을 성의 없다고 질책한다.

실제 남성 패션잡지 GQ는 지난 2011년 이들 세명을 나란히 워스트 드레서 1~3위에 꼽았다. GQ는 저커버그를 1위로, 잡스를 2위로, 게이츠를 3위로 선정했다.

월드와이드웹(www) 세상에서의 또다른 영웅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리 베조스도 다르지 않다. 그는 창업 이래 하얀색 혹은 푸른색 셔츠와 카키색 면바지를 고수했다. 패션계 종사자들은 그가 30대일 때부터 40대로 보인다고 혹평했다. 2012년에는 디자이너인 미우치우 프라다와 미국 보그지 편집자인 안나 윈투어 등과의 만남을 가진 데 대해 ‘(그의 패션 센스를 감안하면)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아냥대는 기사가 보도됐을 정도다.

트위터의 CEO 딕 코스톨로는 그나마 좀 나은 테크 경영인 가운데 하나다. 연예인(코메디언) 출신답게 경쟁사인 페이스북의 CEO처럼 패션 젬병이진 않다. 월스트리트저널 방송 서비스는 지난해 코스톨로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패션 스타일을 좋아하는 트위터의 멘션을 언급하며 물었고, 파란 셔츠에 짙은 베이지색 쟈켓을 입은 그는 ‘이탈리안 스타일’ 이라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어린’ 괴짜 천재들 가운데선 패셔니스타도 등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공동 창업자로 억만장자에 오른 케빈 시스트롬은 감각적인 사진으로 소통하는 그의 SNS만큼이나 눈에 띄는 스타일을 자랑한다. 

지난해에는 에스콰이어지에서 패션 꽝인 테크 부호 사이에 혁명을 이끌 수 있을 지 주목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헝클어진 머리에 티셔츠, 물빠진 청바지, 슬리퍼로 대변됐던 ‘저커버그 스타일’과 달리 정돈된 머리에 자켓과 조끼, 바지의 쓰리 피스 수트를 선보이며 새로운 ‘테크 스타일’을 이끌 수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무엇보다 그 스스로 자신의 발명품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맥과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에르메스와 샤넬 등의 슈퍼모델 릴리 콜과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하는 한편, 이전 해에는 인스타그램의 개인 계정을 통해 폴 스튜어트의 봄여름 신상품을 직접 입고 선보이기도 했다.

3조원의 인수 금액을 제시한 페이스북에 ‘No’라 답하고 야후 품에 안긴 마이크로 블로그 텀블러(Tumblr)의 창업자 데이비드 카프는 패션 감각보다 외모 덕을 본 경우다. 그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책도 많이 없고, 옷도 많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뉴욕에 1700평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이 청년은 2012년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꼽은 가장 섹시한 CEO에 꼽혔고, 2011년 유니클로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제 2의 저커버그로 불리지만, 적어도 저커버그의 패션 스타일을 닮지는 않은 셈이다.

실리콘밸리의 여성 성공 아이콘들은 호불호가 갈리는 남성과 달리, 패션에서야말로 도전적이고 여성스럽다. 이를 두고 회의 석상에서 남성들보다 눈에 띄어 목소리를 내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린 인(Lean in)’의 저자이자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ㆍchief operating officer) 셰릴 샌드버그는 화려한 경력만큼이나자신감 있는 미국식 여성스런 패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시대 슈퍼맘으로 불리는 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 후, 세계은행과 매킨지&컴퍼니를 거쳐 구글과 페이스북 초창기에 임원으로 합류해 수익모델을 만들어 연매출 수직상승의 신화를 이뤄냈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 3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고, 2011년에는 미셸 오바마를 앞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흔히 힘 있는 여성이 딱딱한 정장 차림을 고수하는 것과 달리, 그는 빨간색의 드레스를 입거나 지퍼 장식으로 어깨 부분에 트임장식을 한 드레스를 입는 등 커리어만큼이나 도전적이다. 여성 경영인들이 피하는 굵은 악세서리도 종종 착용한다.

IT 업계의 또다른 여왕,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는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올초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에서 마리사 메이어는 야후 로고와 같은 색깔인 푸른 프린트 드레스를 입었다. 금발에 푸른 눈, 늘 선명한 색상의 플레어 스커트를 입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메이어는 패셔니스타 답게 보그의 표지장식을 장식하기도 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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