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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홍성원> 朴대통령의 예고 리크루팅
절정이 코 앞인 주말 드라마의 예고편은 애간장을 태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예고기법을 즐겨 쓴다. 주요 국면에서 예고로 궁금증을 증폭시켜 효과 극대화를 도모한다. 올 초 기자회견에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갑작스레 예고했다.

본편은 50일쯤 뒤 발표했다. 결과야 어찌됐든 박근혜 브랜드이고, 각 계는 최고권력자의 의중이 어떻게 작동할지 여전히 주목한다.

‘세월호 참사’ 국면은 예고의 결정판이다. 이른바 ‘사과 예고’다. 사과를 할듯말듯 하다가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말하는 데 34일 걸렸다. ‘박근혜의 눈물’은 드라마틱했다.

다만, 드라마로 치면 결론 다 났는데 억지춘향식으로 연장 방영한 것과 다르지 않다. 질질 끈 결말에 염증을 느낀 목격자가 상당수다. 공감부족의 원인은 온전히 박 대통령이 제공했다. 예고의 실패다.

박 대통령은 내각 리쿠르팅(recruiting)에도 예고 기법을 구사한다. 그는 지난 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후임총리 기준을 밝혔다.

키워드는 2가지다. ‘국가개혁의 적임자+국민이 요구하는 분’이다. 개혁이야 박 대통령이 읽어 내려간 대국민 담화문에 있던 것이니 새롭지 않다. ‘국민이 요구하는 분’이 뒤늦게 첨언됐다.

‘예고 리크루팅’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전관예우를 받지 않고 살아온 청렴한 인물이 누굴까를 점치게 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들으라고 총리 기준을 넌지시 흘린 셈이다. 총리 내정 이후의 개각과 국가정보원장엔 어떤 인물을 앉힐지도 관심시다. 주도권과 결정권을 모두 박 대통령이 쥐고 있기에 국민을 들었다놨다할 변침(變針)권도 그에게 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6ㆍ4 지방선거판에서 여당 후보들이 ‘박근혜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은 후임 총리 인선과 개각에서 주요 인사 천거를 하고 있는 걸로 전해진다.

닦을 건 국민의 눈물인데 번지수를 영 잘못 짚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예고 리크루팅’의 실패를 줄이려면 야권 얘기도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2기 내각을 통한 ‘국가개조’는 거창한 레토릭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홍성원 정치부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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