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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고승덕 후보’ 파문의 씁쓸함
교육대통령을 뽑는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막장 드라마’로 치닫고 있다. 공약 대결은 실종됐고, 누가 막장 드라마 주인공인지를 가리는 폭로전 만이 난무하고 있다. 선거를 코 앞에 두고 막판 표심잡기에 올인해야 할 후보들이 공약 대결은 외면한 채 고승덕 후보의 친딸 고희경 씨의 폭로 내용을 놓고 해명, 반박과 공격이 이어지는 난타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모범을 보여줘야 할 교육감 선거가 오히려 정당 선거를 뺨칠 정도로 혼탁 선거가 빚어지고 있어, 아이들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자녀를 내팽개친 고 씨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친딸 고희경 씨의 글에 “딸을 이용하는 공작정치에 맞서겠다”며 문용린 후보(현 교육감)를 겨냥했다. 딸의 글이 자신의 전 처남이자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아들과 문 후보 사이의 야합에서 나왔다는 주장까지 했다. 문 후보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파문의 당사자인 고 씨는 다시 ‘정치공작’이라는 아버지인 고 후보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등 정말 눈뜨고 못봐줄 정도의 꼴불견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2007년 교육감 선거가 주민 직선제로 바뀐 이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연간 7조원의 예산을 주무르는 중요한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자기 지역에 나오는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도 몰라 투표장에 들어갈 때까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해 ‘깜깜이 선거’, 심지어 ‘로또 선거’로까지 불렸다.

당선되고도 각종 비리에 관련돼 제자들이나 주변 선후배 교육자들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 역시 ‘깜깜이 선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후보자들의 인신 공격 등 진흙탕 싸움까지 겹치면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직선제 폐지에 대한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교육감은 그 어떤 자리보다도 아이들에게 본이 될 높은 도덕성을 요한다. 교육자치의 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를 난장판으로 만들고서 어떻게 아이들을 대할 것인가. 교육선거는 교육답게 치러야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은 산적한 교육 현안에 대해 해결방안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다. 높은 윤리의식과 시민의식, 인품과 아량의 교육 철학을 실천해줄 교육감은 이번에도 물 건너 간 것일까. 제발, 오늘 내일 만이라도 참된 교육자의 모습을 지켜주길 바란다. 모든 것은 유권자들이 심판할 것이다.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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