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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화식열전> 외환시장‘방패’가 필요하다
제(齊)나라 재상 관중은 노(魯)나라 비단을 잔뜩 사들여 값을 올린다. 노나라는 농사까지 접고 비단 생산에만 몰두한다. 관중은 사들였던 물량을 방출한다. 비단에만 매달렸던 노나라 경제는 파탄에 처하고, 결국 제나라에 경제적으로 예속된다.

월(越)나라 왕 구천은 오(吳)나라에서 빌린 쌀을 되갚으며 특상등품을 보낸다. 은밀히 살짝 찐 쌀이다. 오나라는 되받은 쌀의 품종이 우수하다며 이듬해 농사의 종자로 삼는다. 찐 쌀이 싹을 틔울 리 없다. 오나라는 경제위기를 맞고, 결국 월나라에 멸망당한다. 창칼을 맞대야만 전쟁은 아니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 수출기업들이 난리다. 지난 10년 새 900원대 환율도 겪어봤고,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겨냈다. 그런데도 아우성이다.

물론 엄살도 좀 있다. 그 동안 가격경쟁력 의존도가 꽤 낮아졌다. 해외 생산거점도 늘었다. 환헤지(hedge) 기법도 발달했다. 그래도 가격은 중요한 경쟁력이다. 국내 주력공장까지 뽑아서 해외로 옮길 수도 없다. 100% 환헤지란 불가능 영역이다.

원화 강세의 원인은 다양하다. 교과서적으로는 사상 최대 무역흑자, 내수경제의 부진 등이다. 하지만 수출중심 경제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결국 적응과 대응이 중요하다. 금융과 정책의 몫이다. 특히 환율은 다른 통화를 쓰는 세력간 상호작용의 결과다. 그래서 자국에 유리한 경제ㆍ금융환경을 만드려는 글로벌 경쟁은 치열하다. 경제 전쟁, 즉 환율 전쟁이다.

유로 탄생을 주도한 독일은 유로존 재정위기로 꽤 많은 돈을 회원국에 빌려줬지만, 유로화 약세 덕분에 수출경쟁력을 높여 더 많은 돈을 벌었다. 리먼브라더스 부도사태 이후 달러를 ‘살포’해 경기를 부양해 재미를 본 미국도 다시 돈을 거둬들이는 데는 소극적이다. 장기불황에 시달리던 일본은 미국의 묵인 아래 ‘아베노믹스’를 펼쳐 엔화 강세를 진정시키고 수출경쟁력을 회복시켰다. 공교롭게도 이들 세 나라 경제정책은 현재 원화 강세의 배경과 일치한다.

소규모 개방경제 구조인 우리나라 정도의 덩치로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힘을 당장 갖기는 어렵다. 그래도 단기간에 급격히 환율이 요동치는 현상을 완화시킬 장치는 필요하다. 길게는 중국의 위안화 기축통화화 전략을 활용한 원화의 위상강화 전략도 세워야 한다. 아직 ‘창’을 잡기 어렵다면 일단 ‘방패’라도 튼튼해야 한다. 환율이 요동칠 때마다 반복되는 ‘데자뷰(deja vu)’를 끊으려면, 경제도 안보(安保)만큼 무겁게 접근해야 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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