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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리송한 매혹의 화폭…차세대 유망주자 데이비드 오케인 첫 한국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글로벌 현대미술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독일 신(新)라이프히치 화파의 선두주자 네오 라흐(Neo Rauch b.1960). 그가 주목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바로 아일랜드 출신의 화가 데이비드 오케인 (David O’kane, b.1985)이다. 오케인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비롭고도 섬세한 화폭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차세대 유망작가로 부상 중인 신예화가다. 그가 국내 첫 개인전을 갖는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갤러리바톤은 오케인의 개인전 ’The Zoetrope - Repetition & Difference‘을 3일 개막한다. 오케인이 아시아 지역에서 작품전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의 타이틀이자, 출품될 작품 중 메인에 해당되는 회화의 제목이기도 한 ‘Zoetrope’은 여러장의 그림을 회전하게 만들어 ‘움직이는 환영’을 볼 수 있도록 한 초기 애니메이션 기구의 이름이다. 

David Okane_Untitled_2014_oil on canvas_ 120x150cm. [사진제공=갤러리바톤]

Zoetrope를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들은 동영상화돼 끝없이 반복재생된다. 이는 곧 현실과 이상의 갈래 속에서 매일매일 똑같은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인간의 평범한 삶을 은유하기도 한다.

작가 데이비드 오케인은 바로 이같은 점에 주목했다. 회화와 에니메이션의 장르간 긴밀성은 그의 회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자연히 작업의 형식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등장인물은 중앙 또는 화면 분할에 있어 주도적 위치를 점유하고, 인물을 둘러싼 공간과 비례, 소품 또한 제각각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자 대작인 ‘Zoetrope’가 이를 잘 말해준다. 그림에서 붉은 옷의 한 소년은 벽면을 응시하고 있다. 소년은 원 안에서 미로를 하나 하나씩 헤쳐나간다. 아, 그런데 소년이 현실인지, 아니면 원의 바깥공간이 현실의 영역이고, 소년은 단지 환영에 불과한 존재인지 자꾸 아리송하다. 보면 볼 수록 낯설고 궁금증이 밀려드는 그림이다.
데이비드 오케인의 작품은 이처럼 회화와 에니메이션, 회화와 사진, 회화와 영화 등을 두루 향유하며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신비감과 매혹을 전해준다. 서울 전시에서 작가는 24개의 캔버스로 구성된 Looking Back Series를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도 소개할 예정이다.

아일랜드의 미술가 가정에서 태어난 오케인은 더블린에서 미술학사 과정을 마치고, 독일 라이프치히로 이주해 시각미술학교(Academy of Visual Arts)에서 네오 라흐에게 5년간 사사했다. 네오 라흐는 뉴 라이프치히 스쿨(약칭 NLS)을 세계 미술계 주류에 편입시킨 장본인이다

젊은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한 아일랜드의 권위있는 미술상 Golden Fleece Award의 2014년 수상자로 결정된 오케인은 다수의 미술상을 수상했다. 또 세계 각지에서 수십 차례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갖는 등 차세대 유망작가로 자리매김 중이다.

David Okane_The Zoetrope, 290 x 215 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4 [사진제공=갤러리바톤]

철저히 구상회화에 뿌리를 두고 있음에도 오케인의 작업은 다분히 몽환적이다. 예측가능한 현실이 아닌, 낯설고 미묘한 상황을 묘사한다. 이는 라이프치히 화가들의 특징적 요소이기도 하다. 즉 시각적으로 확연히 분별가능한 이미지들이 그려져 있음에도 불분명한 등장인물의 행위와 의도, 시공간이 뒤틀어진듯한 연출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꿈의 잔상, 머릿 속에서 뒤죽박죽 엉켜버린 갖가지 스토리, 영화적 편린, 인간의 의식 속에 단편적으로 존재하는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공존해 있는 그림은 ‘풀고 싶은 숙제’처럼 다가온다.

오케인의 그림은 이렇듯 과거의 일과 지금의 상황, 미래의 일에 대해 분명한 단서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무언가에 골몰해 있는 인물, 그들과 연계된 공간은 더없이 알쏭달쏭하다. 이로써 감상자는 해당 작품의 모티프가 분명히 작가만 알고 있는 스토리와 사건에 기반했음을 상상하게 된다. 동시에 작품이 지닌 형식적 아름다움과 함께, 심리적 가치를 차분히 음미하게 만든다. 전시는 오는 7월 12일까지.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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