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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옹알스, ‘클래스’가 다르다…“개콘 가고 싶냐고요?”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이번에도 말이 필요 없었다. 몸짓과 표정만으로 지구촌을 웃기겠다는 목표는 또 한 번 세계 무대를 들었다놨다. 논버벌(non―verbal) 4인조 퍼포먼스팀 ‘옹알스’다.

옹알스는 한국인 최초로 제28회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공식 초청, 지난 4월 한 달간 전 세계 500여개 팀들과 한 무대에 섰다. 첫 진출한 멜버른 페스티벌에선 빈 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총 7개 팀에게만 돌아가는 ‘디렉터스 초이스’ 상을 가지고 ‘금의환향’했다.

최근 서울 방배동 옹알스의 사무실에서 만난 네 사람의 얼굴은 밝았다. 해외 진출 4년 만에 일군 또 한 번의 성과에 “정말 대단하다”며 치켜세우니 “직접 보면 더 놀랐을 것”이라며 한바탕 웃는다. 고단했던 지난 시간들이 스쳐간 얼굴엔 이내 뿌듯함이 채워졌다.

“세계 3대 코미디 페스티벌(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캐나다 몬트리올 ‘저스트 포 래프(Just for laughs)’,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점령이 목표였는데, 이번이 두 번째였어요. 에든버러에 갈 땐 고깃집 알바와 마이너스 통장을 털어 참가비용을 마련했는데, 초정을 받아 갔더니 통역에 체류비에 숙소까지 지원해주더라고요. 신기하고 감격스럽죠.”


‘개그콘서트(KBS 공채 조수원 조준우 채경선)’와 ‘웃찾사(SBS 공채 최기섭)’출신의 멤버들이 ‘든든한 울타리’를 처음 떠나던 4년 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옹알스 앞에 이어졌다. 해외 코미디 페스티벌에 가겠다고 하자 “한국에서나 잘 하라”는 비아냥 섞인 시선과 그들 스스로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독기와 오기를 품던 날들이 숱했다. 이번엔 달랐다. 에든버러에서 2년 연속 관객들로부터 최고 평점을 받으며 관객상을 받았던 옹알스의 해외활동에 선후배 코미디언들의 격려와 응원이 끊이지 않았다. 호주 출신 개그맨 샘 해밍턴은 옹알스가 초청받은 축제의 규모와 역사를 알기에 부러움과 감탄을 동시에 보냈고, 홍진경은 먼 길을 가는 후배들을 위해 한 달치 김치를 챙겨줬을 정도다.

“처음 해외무대에 섰던 에든버러에선 우리 스스로에 대한 불안이 있었어요. 웃기려고 오른 무대인데, 웃음이 터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긴장을 많이 했었죠. 문화적 차이는 분명 존재하니까요. 이번엔 그런 불안과 걱정이 없었어요. 저희들 스스로 즐기고 돌아온 시간이에요.”


영유아 복장을 한 옹알스의 무대에선 놀라운 저글링 쇼가 이어지고 현란한 비트박스가 흐른다. 변기뚜껑부터 마네킹까지 생전 처음 본 사물을 대하는 아기들의 시각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들의 무대는 독설도 조롱도 없는 ‘착하고 건전한 코미디’지만, 시종일관 웃음이 터진다. 호주에 머무는 28일 동안 옹알스는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격인 ‘클로징 무대’를 매일같이 장식했다. “옹알스가 먼저 하면 뒤에 나온 팀들이 다 죽는다”는 페스티벌 관계자들의 암묵적 합의였다.

호주에서도 옹알스는 통했다. 1시간30분 거리를 직접 운전해서 달려온 샘 해밍턴의 엄마는 “얘들아, 나 샘 엄마야”라며“너네가 제일 웃긴다”며 옹알스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처음 해외무대에 섰던 에든버러에선 우리 스스로에 대한 불안이 있었어요. 웃기려고 오른 무대인데, 웃음이 터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긴장을 많이 했었죠. 아기들의 시각으로 재해석을 한다 해도, 사물을 인식하는 문화적 차이는 분명 존재하니까요. 이번엔 그런 불안과 걱정이 없었어요. 저희들 스스로 즐기고 돌아온 시간이었어요.”

옹알스 멤버 최기섭에겐 감격스런 만남도 있었다. 코미디언의 꿈을 키우던 순간부터 롤모델이었던 인기스타 마이클 윈슬로와 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였다. 최기섭은 멜버른 페스티벌에서 만난 윈슬로에게 인사를 하며 “롤모델”이라고 말을 건네자, 그는 며칠 뒤 자신의 무대에 최기섭을 불러 올려 즉흥무대를 가졌다. 비트박스를 통해 순식간에 하나된 무대에 관객들의 반응도 열광적이었다고 한다.


“오리지널 코미디 페스티벌 무대인 멜버른에는 저희들이 논버벌 코미디를 공부하려고 수없이 챙겨봤던 자료 속의 주인공들이 모두 와서 공연을 했어요. 믿기지 않는 일인거죠.”

꾸준히 달려온 지금 옹알스는 “우리도 잘 하고 있구나”, “적어도 후퇴하고 있진 않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격려하고 싶은 날들도 많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태양의 서커스’, ‘브리티시 갓 탤런트’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오고, 중국 브라질 일본 두바이 등 전 세계를 누비는 것에 비해 옹알스의 국내 인지도는 해외 명성만 못하다. ‘개그콘서트’의 독주가 이어지는 방송 코미디의 인기에, 공연 코미디는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개콘’에 출연하고 싶지 않냐고요? 저희도 해봐서 알지만, 정글 속의 삶이에요. 한국에서 개그맨으로 살려면 방송에 나가야 먹고 살 수 있는 현실이죠. 저희는 이 삶에 만족해요. 운이 좋아 인기를 얻을 수도 있고요. 우리에겐 무대가 있으니까요. ‘개콘’에 출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죠. 하지만 세계 무대에 설 수 있는 한국 코미디언은 아직까지는 저희밖에 없잖아요. ‘개콘’ 개그맨들을 옹알스에 오게 하고 싶어요.”

옹알스에겐 올 연말 이미 예정된 해외공연이 하나 더 있다. 오는 12월에 열릴 제1회‘중국 인터내셔널 페스티벌’로, 미스터빈, 마이클 윈슬로, 주성치가 옹알스와 함께 한다. 이번에도 옹알스는 해외 코미디 페스티벌에 초청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 코미디언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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