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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없이 뚫린 지지선…환율 1,020선 붕괴
달러화 약세에 경상흑자까지…5년 9개월만에 무너져
수출기업 전망치 속속 하향

환율 하락 압력 지속…연내 세자릿수 진입 전망도
외환당국 개입여부 촉각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20원선이 붕괴됐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6원 내린 1018.0원으로 장을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2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8년 8월 6일 이후 5년 9개월 만이다. 수출기업들은 비상이 걸렸고 연초 세웠던 환율 전망치를 속속 하향에 나섰다. 외환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달러 약세에 경상흑자까지 겹쳐=월말을 맞아 수출업체들이 달러화 매도 물량을 다수 내놓은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약세 현상이 나타나자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020원 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달러화 약세는 전날 미국 국채금리가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43%를 기록한 데 영향을 받았다. 또 전날 4월 상품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는 등 경상수지의 장기 호조도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도 1018원대까지 내려갔다. 전날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으로 추정되는 물량에 힘입어 달러당 1020선을 겨우 지켰으나 역외 시장에서 지지선이 무너진 것이다.

외환당국도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노골적인 개입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자칫 미국 등으로부터 환율 조작국이라는 화살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내 세자릿수 진입 가능”=계속되는 환율 하락 압력으로 1000원선 하향 돌파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개입으로 1020원선을 오르내릴 수 있지만 환율의 방향성이 엄연히 아래쪽이기 때문에 연내에는 (환율이) 세자릿수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수출경쟁력의 지표인 경상흑자가 환율 변동성을 확대시켜 되레 수출기업에 피해를 주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신흥국들의 외부충격이 잦아들면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만 부각되는 상황”이라며 “수출이 잘 되서 나타나는 경상흑자가 환율을 떨어뜨려 다시 수출기업에 피해를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수출, 과거보다 환율 영향↓”=우리 경제의 수출구조가 예전보다 환율에 덜 영향을 받게 된 것이 원화 절상의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상품수지의 최대 기록이 보여주듯 생산기지 시설이 해외로 많이 이전되면서 과거에 비해선 환율 변동에 따른 악영향이 감소됐다”며 “이에 따라 환율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거스르려는 움직임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외환당국이 다시 개입에 나설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1020원을 당국의 저지선으로 봐 왔다. 하지만 정부의 잦은 개입은 ‘환율조작국’이란 오명을 얻게 할 수 있고, 자칫 ‘실탄’만 쓰고 투기세력에게 빌미를 줄 수 있어 당국도 조심스러운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출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마당에 뒷짐만 질 수는 없기때문에 환율의 연착륙을 위한 개입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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