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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살신성인 故 간호조무사 김귀남 씨, 항상 남을 먼저 챙겼다”
[헤럴드경제(장성)=이지웅ㆍ손수용 기자] “늘 자기보다 남을 챙겼어요. 천직이었어요, 천직.”

28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병원 장례식장 2호실. 이날 새벽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연기에 질식해 숨진, 살신성인의 귀감을 보여준 간호조무사 김귀남(53ㆍ여ㆍ사진) 씨 빈소에는 한숨만 가득했다. 김 씨의 친구 박경남(53ㆍ여) 씨는 “엄마처럼 환자들을 대했다. 정말 천직이었다”며 김 씨의 죽음을 슬퍼했다. 박 씨는 “환자들과 같이 춤도 추고, 노래도 불러주면서 지냈다. 그렇게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했다.

숨진 김 씨는 이날 새벽 효사랑요양병원 별관 2층에서 홀로 근무하고 있었다. 0시 27분께 화재경보기가 울리자마자 불이 난 3006호 쪽으로 달려갔다. 문 틈으로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중이었다. 김 씨는 두 차례에 걸쳐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들을 부축해 1층으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소화기를 거머쥐고 3006호 문을 연 순간, 유독가스가 김 씨를 덮쳤다. 혼절한 김 씨는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결국 눈을 뜨지 못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 씨의 사위 전현영(32) 씨는 “충분히 그렇게 행동할 만한 분이셨다. 항상 당신보다 남을 더 챙기셨다”며 눈물방울을 떨궜다. 김 씨가 생전 딸 내외에게 습관처럼 하던 말은 “너희들 나한테 잘 할 생각하지 말고 너희끼리 알콩달콩 잘 살아라”였다고 한다. 전 씨는 “명절 때면 서울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 그러면 장모님은 서울 다녀오느라고 힘드니까 굳이 명절 때 나는 안 찾아와도 된다고 하셨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숨진 김 씨는 2006년 남편과 사별하고 2009년부터 이 병원에서 일했다. 그러면서 치매를 앓기 시작한 친정어머니를 4년간 극진히 모셨다. 당신이 살던 광주와 어머니가 사는 광양을 매주 오갔다. 어머니는 지난 1월 먼저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 한 켠에서 광주 한 초등학교 교사인 노진화(29) 씨는 오열했다. 딸은 ‘천사’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감당하지 못했다. 딸은 “왜 엄마여야 하느냐”며 하염없이 울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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