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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 日 vs 中 · 러 갈등구도 격화…한국외교 시험대 오르다
미국의 헤게모니 약화와 중국의 부상에 따라 동북아시아 정세가 격변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전략을 표방하며 기존의 패권을 유지하려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 강화를 도모하며 강경대응으로 맞서는 모습이다.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지금의 동북아 정세에 대해 “꼭 100년 전 영국의 국력쇠퇴와 독일의 부상으로 촉발됐던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이 유럽에서 동북아로 옮겨져 온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군사비 지출 10대 국가 가운데 5개국이 동북아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지역의 긴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안보적인 측면에서 미국,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과 밀접한 한국에게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

▶미 · 일 VS 중 · 러 대립구도 격화=미국과 중국의 경쟁구도는 점차 노골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를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필리핀, 동남아 등을 연결하는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숨기려 하지 않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지난달 한국,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순방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반면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신형 대국관계’를 표방하며 달라진 국력에 따른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시 주석은 특히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신뢰구축회의(CICA)에서 새로운 아시아지역 안보 협력기구 창설을 제안하면서 “아시아의 일과 문제는 아시아인들이 직접 처리해야 하며 아시아의 안보 역시 아시아인들이 수호해야 한다”면서 “능력과 지혜가 있는 아시아인들은 협력강화를 통해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아시아회귀와 대중국 포위 전략에 대응한 사실상 ‘선전포고’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각각 일본과 러시아를 끌어들인 경쟁구도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지난 24일 동중국해 해상에서 일본의 정찰기와 정보수집기가 중국 전투기와 불과 30m 거리를 두고 스쳐 지나간 것은 최근 동북아 구도의 단면을 보여주는 아찔한 대목이다. 미국은 일본의 군비강화를 지원해 중국의 야심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또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맞서 러시아를 우방국으로 끌어들이는데 여념없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합동해상군사훈련은 특이할 만한 움직임으로 관측된다. 미·일과 중·러를 각각 축으로 하는 갈등국면이 단순히 ‘레토릭’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쉽지 않은 한국의 선택=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고를 수 있는 선택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있었던 두 가지 사례는 한국이 처한 외교·안보적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 하나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이다. 북한 방문에 앞서 한국을 찾았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던 왕 부장은 미중 패권구도와 관련해서도 의미 심장한 말을 남겼다. 왕 부장은 한·중 양국관계를 강조하면서 “새로운 지역 및 국제정세의 심각한 변화에 따라 우리는 한국을 더욱 긴밀한 협력동반자로 선택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은 중국의 ‘선택’에 따른 한국의 대응을 촉구하는 발언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또 하나의 사례는 한·미·일 3국간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을 연이어 강조하는 미국의 행보다. 미 하원은 미국이 주도하는 MD체계에 한국을 끌어들여야한다고 언급한데 이어 26일(현지시간)에는 국방부에 한·미·일 MD협력 강화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 주도의 MD체계 참여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는 “우리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없다는 것”이라며 “다만 미국도 야구경기로 치면 한ㆍ중 관계 진전과 관련해 한 점도 줄 수 없으니 최소한도에서 막으려 하고 있고 중국도 한미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외교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현실적으로 안보·군사적으로 한미동맹을 무시할 수 없는데 근본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박근혜정부가 추구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실현을 위해서는 남북관계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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