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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유 욕망 극대화한 부동산…음습한 밀실의 세계”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우리나라에선 부동산 재테크와 부동산 혐오증이 공존한다. 이런 이중적 태도는 부동산에 자본 이득을 노리는 투자 자산의 성격이 강하게 내포될수록 뚜렷하다. 한적한 시골의 가옥처럼 부동산이 단순한 이용 수단인 세상에서는 이중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겉과 속이 다른, 한마디로 정직한 시장이 된다.

그러나 이중성은 이용 중심의 ‘집’이 아니라 사고파는 ‘부동산’일 때 심하게 나타난다. 부동산 재테크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는 소유 욕망의 극단적인 표현이다…(중략) 그래서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도 이를 밖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은 음식으로 치면 삼계탕보다는 보신탕에 가깝다. 삼계탕은 드러내놓고 먹지만 보신탕은 몰래 먹는다. 소유 욕망이 극대화된 부동산은 아직까지도 음습한 밀실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한국인의 부동산심리’ 일부 발췌)

부동산을 두고 나타나는 한국인의 심리를 분석한 저서가 이달 초 출간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팀 수석전문위원이 4년 만에 쓴 ‘한국인의 부동산심리’는 지난 세월의 상흔을 보듬고 더 이상 부동산으로 상처받지 않기 위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한다. 부동산과 심리를 결합해 분석한 국내 최초의 경제교양서라는 평가다.

투자 광풍 속 ‘재테크 마법’에 빠져 과거 파란만장했던 부동산 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철퇴를 맞고 지금껏 침체기를 걷고있다. ‘하우스 푸어’를 비롯,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 이제 예전 호황을 뒤로하고 경제의 잠재 성장률 하락ㆍ주택 보급률 상승ㆍ부동산 주요 소비층인 베이비부머의 은퇴ㆍ젊은층의 주택 구매력 약화 등 여러 요인들로 한국 부동산도 바야흐로 저성장체제가 됐다.

저자는 격동의 시장 속에서 한낱 개미에 불과한 우리들이 스스로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심리적인 이유로 크고 작은 거래에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사례와 조언을 담으려 애썼다.

저자는 이 책 전반에서 개인이 스스로가 똑똑하게 행동할 것 같아도 대부분 ‘상황의 힘’에 무너진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동시에 시류를 따르는 단기적인 투자 지침이나 미래 예측을 담기보다, 부동산 시장에 깔린 복잡다단한 인간의 심리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는 게 좋다는 취지에서다. 왜 여자들이 아파트를 좋아하는지, 왜 전문가들까지 호가에 휘둘리는지, 왜 우리는 이익을 얻는 것보다 손해 보는 것에 더 민감한지, 왜 자기가 산 집은 장점만 보이는지, 왜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은 다 비슷한지, 왜 다들 자기가 사는 동네가 최고라고 생각하는지 등등 주변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일을 간단한 심리학 이론을 적용해 쉽게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부동산을 투자재로만 바라봐온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제공한다. 투자자와 실구매자, 집주인과 세입자, 30대 젊은 층과 베이비부머 이상의 연령층 등 저마다 다른 입장에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젊은층이라면 기성세대의 왜곡된 부동산 인식을 따르지 말고 스스로 생각의 틀을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또절망을 한 차례 경험한 하우스 푸어라면 조금이나마 치유의 길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부동산’을 경험해 본 대중을 향한 진정 어린 조언을 담은 치유서이기도 하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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