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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희 콩나물국밥’의 전주한일옥, 청계산서 부활
[청계산= 헤럴드경제 함영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께서 정계 진출을 모색할 무렵인 1997년 민관식 전 국회의장님 등과 함께 우리 한일관에 오셔서 식사를 할 때, 고(故) 육영수 여사님의 열렬한 팬이었던 장모님께서 그간 모아두셨던 육 여사의 사진과 신문스크랩을 보여주자, 박 대통령께서 울먹이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고(故) 박정희 대통령께서 즐겨드시던 저희집 음식을 맛있게 드셨습니다.”

60년 전통의 콩나물비빔밥과 전주비빔밥 원조 서울 전주한일관이 3년간 공백을 깨고, 최근 서초구 신원동 192-41 청계산 입구에 새로이 문을 열었다.

한평생 주방을 지키던 주인 박강임씨가 2년간 투병 끝에 지난해 향년 85세로 작고한 이후 주방을 이어받은 큰딸 내외 서원택(56ㆍ사진)-이승문(52,여)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행정수반과 문화예술인들이 찾아주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새로운 재기를 다짐했다.


고(故) 박강임 여사는 스물 세 살 되던 1952년 전주 시장내 점포에서 ‘한일옥’이라는 이름으로 식당을 내고 시장안 지게꾼, 나무꾼 등 서민들의 뱃속을 채워주었다. 1960년대 윤보선 대통령과 장남 상국씨가 대를 이어 단골이 되면서 서서히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한일관은 박 여사가 1971년 11월 박정희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면서 전성기의 서막을 연다.

토속음식을 유난히 즐겼던 박정희 대통령이 당시 전북 내장산 국립공원 지정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출장 음식준비를 맡았던 박 여사가 콩나물국밥을 올리자, 감탄을 연발하며 한 그릇을 비운 박 대통령은 “사장님, 두 그릇 더 해 주세요”라고 추가주문을 한 뒤 맛있게 먹었다는 것.

이 일화는 입소문 타고 전국에 퍼져, 전주한일관은 고관대작에서 서민들까지 문전성시를 이뤘다. 


콩과 콩나물의 생육조건인 토질과 수질면에서 전주가 으뜸이어서 전주콩나물은 줄기가 통통하고 곧게 뻗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는 실증적인 얘기까지 퍼졌다. 박정희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황인성 전북도지사는 한일관의 든든한 후원자로서 자주 찾았다고 한다.

이후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이 방문했고, 박 여사의 시동생인 이모씨가 전주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점을 감안해 1993년 서울 역삼동에 새 둥지를 튼 다음엔, 소설가 출신인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 장관(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정원식 전 국무총리, 김운용 전 IOC위원장, 임창렬 전 경제부총리,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이곳에서 전주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을 즐겨먹었다.


전주 태생으로 서울시내 대형의료기관에 근무하던 사위 서원택씨는 장인ㆍ장모를 모시면서 과학과 풍류가 깃든 전주 음식에 관심을 기울이다가 결국 1995년 그 좋다는 직장을 그만두고 한일관의 ‘아들’ 노릇을 자처하며 부인과 함께 주방에 들어가 음식만드는 법을 세심하게 배웠다.

서 사장은 “장모님으로부터 친환경 자연산 원료와 양념으로 손맛을 내는 법을 배우다가 어느 순간, ‘주방에 있을 때가 가장 신난다’는 장모님의 말씀을 내 스스로 실감했을 때 묘한 희열을 느꼈다”면서 “아내와 함께 맛을 내는 경합을 벌여, ‘딸 보다 서서방이 더 잘한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한일관은 지금도 친환경 로컬푸드로 유명한 완주, 전주에서 모든 식재료를 조달하고,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장류는 직접 담근다. 특히 막걸리에 8가지 한약재를 넣고 끓인 해장술인 ‘모주’를 전통기법 그대로 제조해 극히 제한된 곳에만 공급하고 있다.


상 다리가 부러질 듯한 2인 상차림이 3만3000원. 착한 가격이다.(문의, 02-569-0571) 서 사장은 “점차 세계화하고 있는 한식의 중심에는 전주가 있고, 전주의 음식문화 중심에는 박강임이라는 나의 스승이자 장모님이 계셨다”면서 “이득이 적더라도 자존심을 갖고 전주한일관의 새로운 전성기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abc@heraldcorp.com
사진=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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