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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주택 백지화” 동갑내기 남녀전쟁…“두번 재보궐 ‘냉소민심’ 달래기 관건
기초단체 격전지 탐방- 서울 양천구청장
2002년 이후 두 번이나 재보궐 선거를 치러 구청장이 무려 다섯 차례나 바뀐 양천구에서 구청장 자리를 놓고 새누리당 오경훈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김수영 후보가 맞붙었다. 이번 양천구청장 선거는 30여년 전 각각 서울대와 이화여대에서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한 오 후보와 동갑내기 김 후보의 남녀 대결이라는 점에서 특히 이목이 쏠린다.

양천구는 잦은 구청장 교체로 지역 개발사업이 전면 중단되거나 4급 공무원이 구청장 권한대행을 맡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곳이다. 구 공무원들의 눈치보기가 만연지면서 나타난 행정 공백의 폐해를 지역 주민들은 고스란히 안고 가야 했다. 특히 지난 2010년 당선됐지만 억울하게 직을 그만둬야 했던 이제학 전 구청장의 부인인 김 후보는 남편을 대신해 ‘설욕전’에 나선다.

숱한 단체장 공백 사태로 인해 구민들이 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바라보는 냉소가 싸늘했다. 양천구 목1동에 거주하는 김 씨(50)는 “이제는 구청장이 제 임기를 마치기나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니까 책임지는 사람이 없잖아요. 이번에도 또 속진 않아야 할텐데요”라고 했다. 목동에 살고 있는 박 씨(60)도 “여기 이사오고 나서 구청장 바뀐 것만 수 차례예요. 이런 동네가 또 어디에 있나요”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구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목동 유수지에 행복주택을 지정한 것도 지역 주민들의 행정 불신을 초래한 데 한 몫 했다.

이에 오 후보는 ‘목동 유수지 행복주택건립계획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복지담당 7급 공무원이 30억원을 횡령하고, 지난해에는 체육센터에서 익사 사고가 나는 등 구청장이 자리에 없다보니 조직이 느슨해져서 폐해가 나타난다”면서 “하루 빨리 조직을 추스르고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 잡아 분열된 지역 민심을 통합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오 후보는 그 방안으로 ‘야간 행정 강화’, ‘행정 정보 전면 실시간 공개’, ‘간부 청렴도 평가 및 모니터링’ 등을 약속했다.

김 후보 역시 목동 행복주택 지정 철회 입장을 표명했다. 김 후보는 “제가 살아왔던 삶 자체가 원칙을 지키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는 것이었다”면서 전임 구청장들과는 차별화된 ‘청렴한 구청장 후보’임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주민참여예산제 및 주민배심원제를 확대 실시하고 매년 권역별 주민총회인 ‘양천만민공동회’를 개최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담아 행정을 운영하겠다는 각오다.


한편 16대 국회의원(양천을)이었던 오 후보는 국회의원 시절 쌓은 국정경험을 토대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국회의원 활동 한 덕에 조직을 실질적으로 알고 있다는 점,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하며 리더십과 추진력을 쌓았다는 점이 제 강점”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김 후보는 꼼꼼함과 세심함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사단법인 ‘여성이 만드는 일과 미래’의 이사이자, 새정연 여성리더십센터 부소장으로 일했다. 그는 2011년 남편이 채우지 못한 임기를 대신하고자 양천구청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박혜림ㆍ이수민 기자/mne198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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