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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타운서 빼주면 5억원 드립니다”…한 건물주의 하소연오죽했으면”
흑석동 대로변 100억원대 건물…관리처분인가땐 이주·철거진행
보상금은 빌딩시세 60~70%선…평생 모은 재산 가치추락에 절망감



“제 건물을 뉴타운에서 빼 주시면 당장 현금 5억원을 조합에 드리겠습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현상금 5억원, 구원파의 세월호 사고 진상 파악 현상금 5억원에 이어 뉴타운 탈출(?) 현상금 5억원까지 등장했다.

5억원 현상금을 내건 사람은 흑석뉴타운 7구역 조합원인 오병선(60)씨.

그는 “뉴타운 개발을 실제로 겪어보니 평생 모은 내 재산을 한 순간에 헐값 보상금만 받고 빼앗기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그동안 뉴타운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소용이 없어 5억원 현상금을 걸게 됐다”고 말했다.

오씨는 흑석7구역 조합원 중에서 가장 큰 빌딩을 갖고 있는 자산가다. 그가 흑석동 대로변에 가지고 있는 빌딩은 현재 시세가 1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월 임대료만 3000여만원에 달한다.


그가 이렇게 황급히 현상금을 걸게 된 이유는 흑석 7구역이 지금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가가 나면 이주 및 철거 단계로 진행된다. 오씨의 빌딩 또한 철거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철거되면 오씨는 빌딩 시세의 60~70% 선에서 책정되는 감정평가액을 근거로 보상을 받아야 한다. 뉴타운 개발이 지연되거나 아파트 미분양이 발생해 또 내야 하는 추가분담금마저 감안하면 감정평가액의 몇 %를 보상받을 지 아직도 미지수다. 분양 전 현금청산을 신청하더라도 현 시세 대비 수십억원을 고스란히 잃게 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차라리 뉴타운 지구에서 빠지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에 그 댓가로 5억원 쯤은 줄 수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러나 그의 꿈은 실현이 거의 불가능할 전망이다. 관리처분인가까지 진행된 단계에서 조합원 소유 건물이 뉴타운지구에서 제외된 전례가 없거니와 제외될 수 있는 근거도 없다. 그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지난 평생 모은 재산은 물론 처갓집 돈까지 끌어와 지은 ‘작품’이 애물단지가 될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오씨는 지난 2003년 6월 건물을 착공해 2004년 12월 준공했다. 건물 공사가 한창이던 2004년 4월 흑석뉴타운 지구지정 계획이 발표됐고 2005년 중순 뉴타운 후보지 현장조사를 거쳐 2005년 12월 흑석뉴타운 지정 고시가 났다.

그는 “뉴타운 발표 초기에 제 건물은 시멘트에 물기도 채 마르지 않은 새 건물이라 당연히 빼줄 줄 알았다”며 “지은 지 고작 10여년 지나 건물을 철거한다는 건 국가적으로도 낭비 아니냐”며 못내 아쉬운 듯 여러 차례 건물로 눈길을 돌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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