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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앤데이터> 지난해 가계 술값 지출 사상 최고…담배는 감소세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버지니아 울프는 한 모금의 담배연기와 텅 빈 술잔을 남겨 놓고 떠났다” 자칭 애주가의 넉두리다. 술과 담배는 모두 ‘사회 악’의 소비로 받아들여 지지만 우리네 서민들은 삶의 무게가 무거워질 때마다 술잔을 기울이고, 담배 한 개피를 찾는다. 하지만 이같은 통념은 최근 들어 소설에나 나올법한 옛말이 되고 있다.

술값에 지출하는 금액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담배 소비는 계속해서 감소세다. 술값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속내를 보면 과거 흥청망청 ‘회식 문화’는 찾아볼 수 없다. 가정에서 가볍게 술을 즐기는 진짜(?) 애주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매년 가구당 한달 평균 술값 지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7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주류 소비는 1만751원으로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섰다. 반면 담배 소비는 1만7263원으로 지난 2003년(1만6653원) 이후 제일 적었다. 술엔 지갑을 열면서도 담배에는 자린고비가 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6359원에 불과했던 가구당 월평균 주류 소비는 2004년 7002원, 2009년 8356원, 2010년 9021원, 2011년 9400원, 2012년 9779원, 2013년 1만751원 등 으로 지난 10년간 매년 크게 늘었다. 특히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선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증가율이 9.9%로 2004년(10.1%) 이후 가장 높았다.

술 소비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은 또 하나 있다. 소득이 높을 수록 술에 지출하는 정도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집에서 가볍게 술을 즐기다 보니 와인과 수입맥주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술이 많이 팔리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실제 소득 5분위별 술 소비경향을 뜯어보면 지난해 월평균 주류 소비 지출은 1분위 7183원, 2분위 1만91원, 3분위 1만1358원, 4분위 1만1954원, 5분위 1만3165원 등 소득이 올라갈수록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하루 막노동을 마치고 선술집에서 쓴 소주를 즐기는 통념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김진건 이마트 주류 바이어는 “직장인들의 회식이 줄고 있고, 또 회식을 하더라도 가볍게 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술 문화도 가정에서 가볍게 술을 즐기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고, 또 캠핑 등 나들이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술 소비는 오히려 과거 보다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도 “소주의 도수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고, ‘소맥’과 같이 섞어먹는 술이 유행해 맥주도 예전보다 많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정 등에서 가볍게 술을 즐기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와인과 수입맥주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술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지출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술과 함께 ‘악한 소비’의 또 다른 축인 담배는 반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흡연장소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이참에 담배를 끊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가구당 월평균 담뱃값 지출은 지난 2006년 2만2062원 이후 2008년 2만355원, 2010년 1만8501원, 2012년 1만8351원으로 계속 줄어들다 지난해엔 1만7000원대로 떨어졌다. 전년대비 증감률도 2010년 0.7%로 소폭 올랐던 것을 제외하면 2007년(-4.5%), 2008년(-3.4%), 2009년(-9.8%), 2011년(-0.3%), 2012년(-0.5%), 2013년(-5.9%) 등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보통 담배는 미끼상품으로 인식돼왔지만 최근 담배를 끊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담배를 취급하지 않는 편의점도 늘고 있다”며 “담개가 더 이상 미끼상품으로의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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