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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 신뢰가 생명 '기본으로 돌아가자" 2 - ②>“수익보단 건전성”…중심축 바꿔야 ‘금융강국’ 탈바꿈
<2>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② 독일금융에서 배운다
獨, 기업 장기금융 파트너 수행
글로벌 금융위기도 무난히 견뎌
주주이익 극대화 국내와 대조
수요자 중심 금융본질 되찾아야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은행 중심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망가진 금융산업 재건을 위해 모든 금융정책의 중심에 은행을 둔 탓이다.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는 우리나라 뿐만은 아니다. 미국 등 선진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럽의 일부 선진국의 경우 보험이 금융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나라별, 대륙별로 금융 시스템은 차별화돼 있다.

이런 가운데 무엇보다 금융업의 기본 가치를 추구하는 유럽 선진국의 금융 시스템에 비춰봤을 때 국내 금융 시스템의 한계는 극단적으로 수익 창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일각에서는 금융의 역할은 실물부문 지원에 중심을 두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우리나라 금융의 중심은 부가가치 창출에 쏠려있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국내 금융 시스템의 본질적인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다. ‘비올 때 우산 뺏는다’는 인식은 국내 금융 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금융업의 본질을 되살린 독일 금융 시스템의 최대 장점은 무엇이고, 수년간 급속하게 성장한 중국의 금융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을 통해 국내 금융 시스템 전반에 걸쳐 고심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험연구원 거시경제담당 한 연구원은 “금융산업이 사회 전반에 걸친 영향은 매우 크다”며 “금융산업의 전면적인 개조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큰 타격이 없었던 독일의 금융 시스템은 우리나라가 금융업에 대한 취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급속도로 발전한 중국의 금융시스템에서 야기된 문제점들을 통해 국내 금융 시스템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하루 빨리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물지원 중심의 독일 금융=동ㆍ서독 통일 후 한때 침체했던 독일 경제는 2000년대 중반 들어 서서히 회복하면서 최근에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뚜렷히 차별화되고 있다. 독일 경제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빠른 복원력을 보였다. 독일 경제가 이처럼 놀라운 복원력을 보인 것은 무엇보다도 2000년대 추진된 일련의 구조 개혁에서 비롯됐다.

지난 2003년 3월 슈뢰더 당시 독일 총리는 저성장ㆍ고실업에 신음하던 독일 경제의 부흥을 위해 ‘아젠다 2010’을 발표한다. 2010년을 목표로 일자리 창출 등 노동시장 개혁을 비롯해 경제활성화와 세제개혁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특히 금융산업에 대한 변화도 요구됐다. 독일은 은행 중심의 금융 시스템을 갖춘 대표적인 국가로 평가된다. 독일에선 은행이 자본시장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기업 지배구조에서도 은행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채희율 경기대(경제학) 교수는 “영국이나 미국은 자본시장이 경제주체의 자금 운영과 조달 그리고 기업 지배구조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일은 이런 금융구조를 보이는 국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며 “독일 금융 시스템의 기본은 주주이익 추구보다 실물부문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산업이 수익 중심에 초점이 맞춰진 점과 대조적이란 뜻이다.


▶안정적인 실물부문 지원=채 교수에 따르면 금융산업의 메카인 영국과 미국보다 독일 금융 시스템이 안고 있는 강점은 부가가치 창출보다 실물부문 지원에 주력한다는 점이다.

독일 금융 시스템이 우리나라는 물론 영국과 미국처럼 은행 중심의 구조인데도, 다른 점은 기업의 장기금융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비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독일 금융 시스템의 성격은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과 매우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는 주주이익을 중시하는 영미 시스템을 따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경색으로 은행 중심, 주주 중심의 경영기조는 더욱 심화됐다.

반면 독일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이런 심각성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중소기업들의 자금압박을 적극 지원하면서 경제기반을 지탱하는데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는 독일 금융 시스템의 상호보완 체계가 구축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선 지역 밀착형 중소서민 금융기관이 다수 존재했다는 점이다. 독일에는 공적 성격을 지닌 저축은행과 이용자들의 자발적 조직체인 신용협동조합 등 비영리 금융기관의 네트워크가 전국에서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다.

▶금융의 본질은?=물론 독일에서도 금융기관의 대출 시 일반적으로 담보 제공능력이 가장 중요한 대출승인 요건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설립해 발전한 중소서민 금융기관이 경기 상황에 상관없이 자금지원을 일정 수준 유지해준 것은 금융 본질의 임무 수행을 가능하게 했다는 게 중론이다.

또 중소기업 정책금융 제도의 역할이 충분히 발휘됐다. 독일의 정책금융기관인 재건금융지주(KfW)는 설립 근거인 ‘KfW’법이 적용되는 특수은행이다.

KfW는 연방정부가 80%, 주정부들이 20%의 지분을 보유한 공기업이다. 연방정부의 지급보증 아래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채권발행을 통해 저리의 자금을 조달해 다양한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한다.

무엇보다도 독일의 은행들은 정책금융을 비롯해 주주이익 극대화 및 수익 중심 경영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실물부문 지원에 초점을 맞춰 나가고 있다. 때문에 기업들의 자금 애로가 높지 않다고 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국내 금융 시스템은 철저히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주주의 이익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시스템으로 전환해 사회가치 창출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양규 기자/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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