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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화식열전> 전관예우와 총수 연봉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이 변호사로 활동한 5개월 새 16억원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연봉으로 따지면 40억원에 달한다. 지난 해 (주)LG 구본무 회장이 받은 연봉 44억원, 현대자동차에서 정몽구 회장이 받은 연봉 42억원과 비슷하다.

지난 2011년 감사원장 후보에 올랐던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대검차장 퇴직 후 법무법인에서 일하던 7개월간 7억7000만원을 벌었다. 연봉으로 따지면 13억2000여만원으로 지난 해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의 총보수와 거의 같다.

숫자로만 보면 안 후보자가 창출한 경제적 부가가치가 우리나라 최대기업 최고경영자와 비슷하다는 뜻이 된다.

지난 3월말 사상 처음으로 등기임원 개별연봉이 공개되자,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많이 받느냐’라는 지적이 많았다. 수 십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수 천 억원, 수 조원의 이익을 낸 성과에 대한 대가라는 반론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래도 너무 많다’며, ‘총수라서 특별대우를 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았다.

안 후보자는 검찰 출신임에도 주로 민사사건을 맡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역임한 최고직은 법원의 수장인 대법관이다. 이만한 수임료를 냈다면 아마 의뢰인이 법원 판결로 얻은 경제적 이득은 이보다 더 컸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 정당한 법률서비스에 대한 댓가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래도 너무 많다’라거나, ‘대법관 출신이어서 전관예우를 받은 건 아니냐’라고 따진다면 지나친 것일까?

현대사회에서 공직은 입신양명(立身揚名), 사업은 부귀영화(富貴榮華)의 길이다. 그런데 관피아, 법피아들은 아직도 공직에서는 입신양명을, 전관이 된 후에는 부귀영화를 누리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기업인들은 입신양명을 하려면 부귀영화의 꿈은 아예 접어야 한다.

양명을 이용해 부귀까지 누리느니, 차라리 부귀만 누리되 양명까지 탐하지 않는 편이 낫다. 법 질서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자리를 만들고 가계를 지탱하며, 나라에는 세금을 내는 등의 경제적 기여도 결코 그에 못지 않다. 공직자의 전관예우는 괜찮고, 기업인의 고액연봉은 안된다는 논리는 곤란하다.

전국시대 말 지략가 범려는 월나라의 재상으로 오나라를 정벌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그는 공직에서 물러나 도주공((陶朱公)으로 이름을 바꾸고 19년 동안 세 차례나 큰 재산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한 덕분에 더 유명해졌다. 싸움으로 이룬 업적보다, 사람을 먹여살린 경제적 성과가 더 높이 평가받는 사례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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