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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곧 1000호점…올해 영업익 3~4% 기대” 다이소 박정부 회장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1000원짜리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던 때가 있었다. 파란 지폐를 한 장 들고 동네 문구점서 군것질과 지우개 따위를 사도 손에 몇 백원이 남곤 했다. 시간이 흘러 천 원의 모습도, 그것의 가치도 변했다. 아니 1000원은 그대로지만 세상이 변했다. 물건 값은 100원, 200원 기척없이 서서히 올랐다. 1000원으로 설렜던 그 기분은 마냥 한 때의 추억이 됐다.

‘제대로 된 물건이 1000원 밖에 안하겠냐’, ‘1000원짜리 물건이 괜찮겠냐’. 그래서 ‘1000원 ’이란 수식을 내 건 ‘다이소’의 등장에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반신반의의 시선 속에서 묵묵히 균일가 숍의 맥을 이어 온 다이소는 현재 전국 950개 점포를 운영하며 올해 1000호점 개점을 전망하고 있다.

1000원 숍의 1000호점 개점. 다분히 기념할 만한 ‘사건’이지만, 다이소아성산업 박정부 회장(70)에게 올해는 다이소가 쓰는 새 역사의 ‘원년’으로 더 의미가 있다. 서울 도곡동 본사에서 만난 박 회장의 말을 빌리자면 올해는 “탄탄한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내실을 다져나가는 첫 해”이다.

2012년 4/4분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다이소는 자신과의 싸움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늘어가는 점포 수에 비해 뒷받침 되지 못했던 물류시스템 전반에 메스를 댄 것. 박 회장 본인 스스로도 “힘든 시기였다”고 표현할 만큼 만만찮은 작업이 진행됐다. 용인에 800억원을 들여 남사물류센터를 세우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물류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다보니 이를 정착시키는 데도 꽤나 시간이 필요했다. 가뜩이나 1~2% 수준을 버텨왔던 영업이익은 1%에도 못 미쳤다.

박 회장은 “전국 매장에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 물류를 공급해야 하는 데 이것을 합리적으로 풀어내지 못하면 안됐다. 균일가이기 때문에 물류비용을 최소화하고 시스템화 해야했다”며 “영업이익에 대한 손실도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수익이) 왔다갔다 했다”고 말했다. 

다이소 박정부 대표 인터뷰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시행착오 끝에 야심차게 시작한 물류센터의 개편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물류시스템 정착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다이소는 내실을 기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영업이익도 3~4%대를 기대하고 있다. 박 회장은 “어떻게 이윤을 만드느냐는 것은 물류비를 다운시키고 사람을 효율적으로 쓰느냐에 달렸다. 1000원에 가치있는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고민이다”며 “상품공급이 안정이 됐고, 매출도 서서히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올해 3~4%까지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의 확대는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부차적인 결과물이다. “마진을 먼저 생각하면 균일가 숍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 납품업체를 옥죄기 보다는 체질개선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방침이다. 박 회장은 “(균일가 숍을) 네거티브 적으로 볼 수도 있다. 업체를 누르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에 20년 넘게 업체가 내게 헌신할 수 있겠냐”며 “상품이 좋으면 많이 판다는 방침만 있으면 된다. 여기에 비용을 최소화해서 이윤을 만드는 것은 유통업체의 몫이다”고 밝혔다.

한 달에 600개의 새 상품이 다이소 매장에 나온다. 여전히 모든 신상품을 직접 확인한다. 원자재와 인건비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직접 뛰어다닌다. 다이소가 운영하는 10만여개의 상품 어느 하나도 박 회장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박 회장은 “1000원, 2000원 상품을 사러 다이소에 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계면쩍은 일일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상품에 신경쓰고, 상품 개별 디자인도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매장의 모든 것을 100% 다 본다. 다이소를 갈 수록 욕먹는 기업이 아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는 매장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에 그는 사단법인 독도사랑운동본부와 ‘독도사랑 기업 협약’을 체결했다. 다이소가 일본 다이소와 같은 기업이고, 독도를 다케시마로 바꾸는 운동을 후원하고 있다는 ‘악성루머’와 이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박 회장은 “현재 일본 다이소는 다이소아성산업의 지분 34%를 투자하고 있지만 로열티가 있는 것도, 간섭하는 것도 아니다. 배당도 해본적 없다”고 강조했다.

월급쟁이는 차곡차곡 쌓여가는 통장잔고가, 사업가에게는 회사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에 매일을 살아낸다. 늘어가는 매장 수에 재미를 볼만도 하지만 그는 1000호점 개점이 “남들이 보기에 의미가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점포를 몇 개까지 해야겠다고 목표를 가졌던 것이 아니다. 하나하나 오픈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 고객이 오고 싶고 와서는 사고 싶은 매장을 만드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기불황에 소비자의 지갑은 여전히 열릴 줄 모르고 있다. 균일가 숍이라고 마냥 안전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영향이 적게 미친다. 박 회장은 “최선만 다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균일가 숍) 구조를 갖고 할일이 더 많다. 앞으로는 투자 한 것 만큼 영업을 만들어내고 내실을 다져나가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경기를 탄다고 해서 걱정할 이유는 없다. 향후 2~3년이 다이소가 성장하는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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