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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사태, 길환영 사장 vs 전 임직원 “사상 최초 노사파업”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BS는 지금 정상화를 기약하기조차 어려운 회복불능 상태다. KBS의 뉴스뿐 아니라 프로그램 등이 결방되는 사상 초유의 방송 재앙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길환영 사장이 사태를 해결할 능력이나 자격도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KBS 양대노조와 5개 직능단체가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KBS 노동조합(아래 KBS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아래 KBS새노조), KBS 기자협회, KBS PD협회, KBS 촬영감독협회, KBS 전국기자협회가 참석했다. 

사진=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와 함께 폭발한 KBS의 보도 독립성, 공정성 논란은 청와대 외압설로 확대되며 참혹한 내홍을 겪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KBS 사태는 사측과 조직원의 갈등이 아닌 길환영 사장과 전임직원의 대립으로 비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직종 이기주의’와 ‘좌파 노조의 불온한 정치투쟁’이라고 규정한 길 사장은 강경대응 의사를 밝히며 사퇴를 거부했지만, PD 출신인 길 사장은 KBS PD협회에서 이미 제명됐다. 길환영 사장이 팀장이던 시절부터 함께 일해온 20년차 이상의 고참 PD들은 “이번 사태 본질은 협회나 노조의 정치행위도, 복잡한 파워게임도 아니다”고 반박하며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길환영 사장의 입장을 대변해온 홍보실 정책 담당 팀장은 보직을 내려놨고, 사장 직할인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 소속의 21년차 중고참 팀장급 인사도 코비스에 “해명 잘 들었습니다.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리며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측근조차 등을 돌린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현진 KBS노동조합 부위원장은 “길환영 사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사측 간부의 70%가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보직을 내려놨다”며 “이는 노조와 회사 간부가 뜻을 모아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사상 최초의 노사 파업이다”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사태를 설명했다.

양대 노조는 현재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이 자리에 모인 양대 노조와 5개 직능단체는 파업 투표가 높은 투표율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양대 노조가 파업을 시작할 시기에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PD 직군 중심으로 1200여명이 소속된 새노조는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이날 오후 7시 마감할 예정이고, 기술직군 중심으로 2500여명이 소속된 1노조 투표는 27일까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에 새노조는 빠르면 26일,1노조는 28일이면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KBS 노조가 분리된 이후, 양대 노조가 공동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의 사례가 된다.

고립무원 상태에 놓인 길환영 사장에게 이날 기자회견에서 요구한 것은 퇴진이며, 박근혜 대통령에겐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KBS 사태가 악순환을 거듭하며 장기화되는 이유는 청와대 책임이 크다. 박 대통령이 당장이라도 KBS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일체 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라”며 “이런 조치가 선행되면 ‘대통령만 보고 가는’ 길 사장이 사퇴 의사를 굳히는 첩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홍원 전 총리가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을 ‘단순 협조 요청’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백용규 KBS 노조위원장은 “KBS 사장은 이사회가 제청해서 이사회 여대 야, 7대 4 구도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라며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사장에게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하면 이게 어떻게 들리겠냐”고 반문했다. 백 노조위원장은 현재와 같은 KBS의 사장 선임구조에서 청와대의 입김은 ‘협조’ 차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KBS는 현재 하루가 멀다 하고 ‘사상 초유의 사태’의 연속이다. 보도 독립성, 공정성 논란은 하루 이틀 불거진 문제는 아니었으나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KBS 기자협회와 PD협회는 전임 보도국장의 폭로를 통해 ‘청와대 외압설’을 거듭 확인했다며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기자 출신 앵커들까지 합류한 최초의 제작거부 사태이며, 지금까지 총 272명의 간부가 보직을 내려놓은 것도 해방 이후 언론사에서 초유의 사태다.

평기자들의 제작거부를 포함해 본사 및 지역총국 보도본부 간부들의 줄사퇴로 보도 기능은 사실상 마비되며 메인뉴스는 하루에20분 분량으로 파행 방송되고 있다. 조일수 기자협회장은 이에 “KBS의 독립성 지킬 수 있는 환경에서 마이크 들기 위해, 제대로 된 방송을 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마이크를 내려놨다. 이런 점을 잘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PD협회도 23일 하루간 제작거부에 돌입, 848명의 프로듀서 중 605명이 제작거부에 참여했다. 특히 20년~30년 이상의 고참 피디들이 대거 참여하고, CP, 국장, 부장, 팀장 등 보직간부들이 참여했다.

홍진표 PD협회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PD협회 소속 간부들이 보직사퇴를 하고 제작거부에 참여하는 지금의 사태는 모든 PD들이 사장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KBS 이사회는 모든 구성원들의 민심을 읽어 현실을 인식하고, 책임과 직무를 다할 것을 주문”하며 사장의 해임 결단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5개 직능단체와 양대노조는 이사회의 해임제청안 의결이 사태 해결의 관건이라는 데에 공감했다. 오는 26일 오후 4시에 진행될 임시이사회에는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이 상정되며, 길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 참석해 소명을 해야한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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