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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맹 가리가 말하는 로맹가리, 탄생 100주년 자서전 ‘밤은 고요하리라’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자네 안에는 작가도 있고 국제적 ‘스타’도 있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물도 있지. 그 두 로맹가리가 잘 지내고 있나?”

“아니, 아주 못 지내고 있네. 둘은 서로 싫어하고, 서로에게 추잡한 짓거리를 해대고, 정반대의 말을 하고,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속이네. 딱 한 번, 바로 이 대담을 위해서만 의견일치를 보았지. 화해하려는 희망을 품고 말이네. 그래, 이 동기도 잊지 말아야겠네. 자네가 친절하게도 이렇게 상기시켜주니 좋군.”

프랑스 문단의 스타였고, 러시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인으로 살았으며, 여배우 진 세버그와 결혼했고, 할리우드 영화계까지 발을 들였던, 그러나 결국은 권총자살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던 작가 로맹 가리(1914~1980)의 자전적 장편소설 ‘밤은 고요하리라’(백선희 옮김, 마음산책)가 출간됐다. 그가 세상을 뜨기 6년전인 1974년 발표한 책으로, 로맹 가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새롭게 국내에 번역 소개됐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두명의 담화자가 이끌어가는 대담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로맹 가리와 대담을 나누는 이는 기자 겸 작가로 로맹 가리의 죽마고우인 ‘프랑수와 봉디’라는 인물이다. 그러나 프랑수와 봉디는 이름만 빌려왔을 뿐, 이 책 속의 화자는 가상으로 창조됐다. 즉 로맹 가리 자신이 스스로 묻고 답한 가상 대담 형식의 자서전이자 장편소설이다.

이 책에서 로맹 가리는 성문제부터 개인사, 문학, 인물, 국제 정세까지 경계 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신이 어린 시절 돈 때문에 남창이 됐을지도 모를 이야기며, 여자친구의 언니에게 마음을 품었던 일화, 식당에서 아픈 척 무전취식을 하려다 실패한 경험, 프랑스 대사로 세계 각지를 돌던 외교관 시절, 미국을 여행하던 때의 시간, 할리우드에서 영화작업을 하며 만난 유명인들의 면면 등을 털어놓는다. 랑퐁텐, 앙드레 말로, 잭 런던, 잭 케루악,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조지프 콘래드, 샤롤 드골, 로널드 레이건, 조지프 매카시, 윈스턴 처칠, 프랭크 시나트라, 콜 포터, 빌리 와일더, 존 포드, 그루초 막스 등 문화, 정치, 연예계의 유명인들과 얽힌 일화와 그들에 대한 묘사와 논평도 흥미롭다.

로맹 가리는 생전 ‘유럽의 교육’ ‘하늘의 뿌리’ ‘레이디 L’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그로칼랭’ ‘가면의 생’ 등의 작품을 남겼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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