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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 신뢰가 생명 “기본으로 돌아가자” 2-①> 관건은 내부통제 강화…조직 문화까지 바꿔라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지난해 하반기부터 동양사태를 시작으로 부당대출과 횡령, 고객정보 유출 등 유례없이 대형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고객들이 금융업에 기대하는 공공성이나 도덕성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최근 발생한 연이은 사고로 금융업에 대한 믿음은 오히려 떨어졌다. 고객 ‘신뢰’가 금융업 경쟁력의 생명인 점을 감안하면 금융업계 전체가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금융업에 대한 불신은 금융거래의 위축으로 이어지며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된다.

금융업에 대한 전반적인 쇄신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특히 최근 대형사고들의 핵심 원인인 허술한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금융 사고들이 대형 사건으로 비화한 것은 금융회사들이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부통제가 허술해진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소해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완전한 지배구조, 낙하산 인사부터 없애야=전문가들은 금융회사들이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로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꼽는다. 2001년 우리금융지주가 국내 첫 금융지주사가 된 후 경쟁적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주 기반이 은행 등 특정 계열사에 치우치면서 제대로 된 지배구조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워지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의 반복으로 권력구조가 왜곡됐다는 시각이 많다. 내부 조직보다는 외부 영향력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반목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이같은 구도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임 회장은 재정경제부 2차관을 지낸 이른바 ‘모피아(경제관료 출신)’이고, 이 행장은 ‘연피아(금융연구원 출신)’로 출신 및 선임 배경이 다르다. 이에 지휘 체계 상 임 회장이 이 행장의 ‘상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행장이 임 회장과는 별도로 움직이는 양상이다.

심지어 낙하산 인사의 범위가 회장이나 행장 등 윗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직원들까지 확산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낙하산 인사들이 조직을 장악하고자 임원들을 데려오고, 그 임원들이 다시 자신이 부릴 직원을 스카우트하는 식으로 낙하산 인사가 하위 직급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이에 직원들은 성과를 내 좋은 평가를 받는 것보다 이른바 ‘줄서기’를 잘하는 것이 승진의 지름길처럼 여겨졌다. 이처럼 내부 규율이나 시스템보다는 외부 세력의 영향력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최근 일부 금융회사들은 낙하산 인사로 들어온 경영진이 서로 대립하는데다 직원들이 줄서기로 외부의 힘에 의지하고 있다”며 “조직이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좌지우지되다 보니 내부통제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만 중시하는 조직문화도 바꿔야=성과만 중시하는 금융권의 조직 문화도 변화가 필요하다. 1998년 IMF 사태 이후 무분별하게 도입된 ‘영미식 성과주의’가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와 결합하면서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동양그룹 사태다. 동양그룹 사태의 핵심은 부실기업인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CP) 등을 불완전판매한 것인데, 직원들이 눈앞의 성과를 위해 부실 상품을 고객들에게 판매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사실 동양사태가 본격화한 작년 7월에도 불완전판매를 방지하는 시스템은 자본시장통합법 등을 통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다. 자통법에 따라 금융상품을 제대로 판매했다면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거의 없게된다. 하지만 절차에 맞춰 상품을 판매하면 상품 1개를 팔 때 3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5시간 동안 창구에 앉아 있다면 10명의 고객밖에 응대하지 못해 좋은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창구 직원들은 금융투자상품 계약서를 읽어볼 시간을 주지 않고, 심지어 고객 서명이 필요한 부분만 표시해 서명을 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김호중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따르면 효율성이 떨어지게되는데 실적만 중시하는 금융권의 분위기상 통제 부분은 무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내부통제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도나 리스크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내부통제는 우선 일선 직원들이 1차로 책임이 있고 2~3차로 검사부, 준법감시인 등 3중 체제로 이뤄져야 하지만 직원들은 내부통제가 자신들이 아닌 검사부의 책임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검사부 역시 직원의 잘못을 지적해 패널티를 주는 것이 목적이지, 이를 내부 절차에 따라 수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직원들은 자신의 실수를 무조건 감추기에 바쁘고, 이렇게 감춰진 실수들이 축적되다 보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같은 내부통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들은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직원들이 내부통제도 자신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직원-검사부-준법감시인으로 이뤄지는 3자 구도 내부통제 체제가 필요하다”며 “유휴 인력이나 퇴직 직전 직원 등을 활용해 자체 검사 전문인력을 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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