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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해창 기자의 생생e수첩> 연평바다에 화약 냄새 진동한 까닭
서해 연평 앞바다에 또 화약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섬 가득 사이렌이 울려퍼지고 “실제상황”이라는 다급한 대피안내방송이 들끓었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있었던 겁니다.

북한군이 이날 오후 6시쯤 연평도 인근에서 초계임무를 수행 중이던 우리 해군함정을 겨냥해 포탄을 쏴댔습니다. 겨냥했다는 것은 표적으로 삼았다는 것으로 다분히 의도된 포격인 겁니다.

가만히 있을 우리 군이 아니지요. 북한군 함정을 향해 대응포격을 실시하고 연평도 주민과 인근 해상에 조업하던 우리 어선들도 대피시켰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아군 피해는 없으며, 특히 확전이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이날 그 시각, 갑작스런 포격소리에 일상으로 바쁘던 현지 주민들과 특히 방과 후 자습 중이던 학생들은 혼비백산으로 대피소로 피신했다고 합니다. 2010년 11월 북한의 포격도발을 떠올리며 3시간을 불안에 떨었다는 겁니다. 일부 학생들은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고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적지 않은 주민들이 언제 또 포탄이 터질지 몰라 애간장을 태웠다고 합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상황은 매우 긴박했습니다. 서해 NLL 이남 연평도 서남쪽 14km 지점에서 초계임무 중이던 해군 유도탄고속함 쪽으로 느닷없이 북한군이 쏜 포탄 2발이 떨어졌습니다. 우리 함정의 150m 가까이 포탄이 떨어진 겁니다. 우리 함정도 NLL 이북 10여km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북한군 함정 주변에 5발의 포탄을 쐈습니다. 또 인근 기지에선 전투기까지 긴급 출동했습니다. 이정도면 일촉즉발의 위기나 다름없습니다.

북한이 서해북방한계선(NLL)이남 해상으로 해안포나 방사포를 간간히 사격해 말썽을 일으키긴 했지만 우리 군함을 향해 조준포격을 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는 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북한의 이날 도발이 예고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1일 서남전선사령부 명의로 서해 5도 수역의 한국군 함정에 대한 ‘경고 없는 조준타격’ 협박을 한지 하루 만에 사고를 친 것입니다. 그 전날인 20일 우리 군이 NLL을 침범한 북측 어선단속정 1척과 경비정 2척에 대해 경고사격 한 것을 놓고 보복성 도발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2010년 11월 북한의 포격도발로 화염에 휩쌓인 연평도.

더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것은 북한이 경고 없는 조준타격을 엄포가 아니라 실제로 했다는 점입니다. 경고 없는 조준타격은 자칫 치명적 결과를 가져 오기 십상입니다. 상황이 꼬일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맞춰 일각에서는 평상시처럼 떠보기 도발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포격이 있기 불과 3시간 전쯤 청와대가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등 안보라인이 전격 경질을 공표했습니다. 이참에 우리 군의 국방 대응태세를 실험하려 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어떤 의도이건 도발은 도발입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확실히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따라 우리 군도 대응 수위를 조절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최근 남북관계 한 전문가로부터 전해들은 정보입니다. 지난 4월초 북한이 서해에서 해상포사격훈련을 실시했었습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습니다. 그때 북한은 해안방사포 500발 정도를 쐈고 그 중 100발 정도가 NLL 우리 측으로 넘어왔다는 군요. 그러자 우리 군은 300발의 대응사격을 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의 100발이 우리 NLL을 넘어 올 때 넘어 온 형태가 어떠냐가 중요 포인트라는 군요. 직접 포탄이 넘어 온 것인지 아니면 그 파편이 넘어 온 것인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겁니다.

만일 포탄이 넘어 왔다면 이것은 공격행위가 됩니다. 그런데 포탄에는 물수제비가 있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그 물수제비를 잘 못 인식해 맞대응을 한다면 이 것 또한 오판이라는 겁니다. 북한의 해안 방사포는 곡사포가 아닌 직사포라고 합니다. 그래서 물수제비가 크고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번에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까닭입니다.

세월호 쇼크 후유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때가 때인지라 전국전역이 예민합니다. 특히 공직사회엔 숨넘어갈 정도의 긴박감이 감돕니다. 민감 분야 일수록 과민반응하기 쉬운 법입니다. 군 수뇌부도 예외 없이 좌불안석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때 일수록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야 하는 군은 의연해야 합니다. 대응사격을 포함한 그 어떤 조치도 명확하게 매뉴얼에 근거해야 하고 또 그에 합당하게 처신해야 합니다. 이게 곧 차질 없는 진정한 국방태세인 겁니다.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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