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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문재 10년만의 시집 ‘지금 여기가 맨앞’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이문재 시인이 ‘제국호텔’ 이후 10년만에 시를 묶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다섯번째 시집 ‘지금 여기가 맨앞’(문학동네)이다. 잠언(아포리즘)의 성격이 짙은 시편들이 많다.

‘시인의 말’에서 이문재는 “시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대신 시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시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묻지 않고 시가 무엇을 더 할 수 잇는가라고 묻곤 했다. 시를 나 혹은 너라고 바꿔보기도 했다. 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라고 네번째 시집 이후 지난 10년간의 사유를 요약했다. “그러다보니 지금 여기 내가 맨 앞이었다”는 깨달음에이르렀다.

표제시인 ‘지금 여기가 맨 앞’에서 시인은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고 노래한다. 이러한 인식은 제한된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로 확장된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라고 시는 이어진다.

시인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관이 아니라 세계감(感)”이라며 감성의 회복과, 다른 삶, 다른 세계의 무수한 ‘감점’(感點)과의 어우러짐을 강조한다. 이러한 인식은 시 ‘사막’에서 “사막에/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모래와 모래 사이다/(…)/모래와 모래 사이에/사이가 더 많아서/모래는 사막에 사는 것이다.”에서도 드러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시집에 덧붙인 해설에서 ‘모래’를 ‘개체’로 ‘사이’를 ‘관계’로 풀이했다.

‘지금 여기가 맨앞’은 4부로 나뉘어져 총 85편의 시가 실렸는데, 신형철은 각 부의 열쇳말을 각각 ‘봄’, ‘중년성’, ‘사랑/죽음’, ‘시공간의 사회학’으로 파악했다.

이문재 시인은 경희대 국문과 재학중이던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제국호텔’ ‘마음의 오지’ ‘산책시편’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가 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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