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10여명 · 지인 30여명 동원…고의 교통사고로 3억대 보험금


교통사고로 생각지도 않던 보험금을 받게 되자 온 가족이 보험 사기를 벌인다는 내용의 영화 ‘하면 된다’(2000년 개봉)와 같은 일이 실제로도 벌어졌다.

2012년 6월 A(45ㆍ여) 씨 가족은 친척 B(45) 씨가 운전하는 모닝 승용차를 타고 경기 고양시를 지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앞에 정차한 체어맨 승용차가 갑자기 후진하며 부딪혔다.

이 사고로 A 씨와 언니, 딸, 조카 등 5명은 모두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고, 보험사로부터 치료비와 합의금으로 23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보험사는 A 씨와 B 씨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보험금을 탄 적이 이전에도 몇 번 있었던 점 등을 의심해 서울 강동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가족 보험사기의 실체가 드러났다.

체어맨 승용차 운전자는 A 씨 언니의 전 동거남이었고,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기로 모의한 사이였다.

조사 결과 이들은 2009년 4월부터 올해 초까지 56차례에 걸쳐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거나 허위신고하는 수법으로 6개 보험사에서 3억1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이들이 5년간이나 보험사기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은 가족 10여명과 지인 30여명을 사기행각에 동원해 매번 운전자를 바꾸는 등 피해자 조합을 다양화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A 씨 아들의 친구와 당시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던 여자친구는 물론 70대 노모와 사고 당시 15∼17세 미성년자인 아들과 딸, 나이 어린 친조카까지도 범행에 가담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미성년자는 상해보험에 가입시켜 보험금을 타냈다.

A 씨는 특히 정신지체 장애인인 언니(49)의 명의로도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강동서는 사기 등 혐의로 A 씨와 B 씨를 구속하고, 공범 4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민상식 기자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