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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어 있는 1인치 소금까지 찾는다...밥상에 부는 ‘나트륨 다이어트’ 바람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짭조름한게 맛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웬지 입안에서 군침이 도는 게 식감을 자극한다. 짭조름한 깻잎 장아찌, 짭조름한 명란젓 등등...주식 보다 반찬에 유독 신경을 쓰는 우리네 식단엔 ‘짭조름’이 최고의 밥상으로 대접을 받았다.

못 먹고 못 입던 시절 소금이 명절 선물 목록에 오르고, 소금 한 자루가 쌀 한가마니 만큼이나 귀한 부상으로 꼽혔던 것만 봐도 쉽사리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인의 밥상에서 이 ‘짭조름’을 물리치기 위한 한 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햄류는 기본이고, 최근엔 김치까지 모든 식품에 ‘짜지 않은’ 이라는 꼬리표가 붙고 있다. 심지어 국 그릇을 작게하자는 아이디어까지 우리네 밥상에 ‘나트륨 다이어트’가 거세게 불고 있다.


■나트륨, 염도는 확 빼고...소금과 간장에 부는 ‘천연’ 바람

최근 대형마트 식재료 매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소금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손에 꼽힐 정도로 많지 않았던 소금류가 최근엔 매대 하나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소금도 다 같은 소금이 아니다. 천일염에서부터 구운소금, 향신료를 가미한 소금까지 그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본지가 롯데마트에 의뢰해 최근 5년간 소금 매출을 분석한 결과 나트륨 함량을 줄인 저염 소금에 대한 수요가 갈 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대표적인 게 천일염이다. 천일염은 나트륨 함량이 80~85% 수준이다. 일반 정제소금의 경우 나트륨 함량이 98%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15~20% 가량 적다.

천일염의 경우 전체 소금에서 차지하는 매출 구성비가 지난 2010년 20.4%에 그쳤던 것이 지난해엔 35.1%로 크게 늘었다. 롯데마트 PB 상품인 ‘초이스엘 천일염’과 ‘손큰 천일염’의 경우 전체 천일염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백설 천일염 오천년의 신비’ ‘청정원 3년묵은 천일염’ 등 그 종류도 많아지고 있다.

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은 가공 소금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49.4%에서 42.9%로 해마다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최근엔 나트륨 함량은 줄이는 대신 양파, 마늘, 허브 등의 향신료를 가미한 소금들이 대거 등장했다. 천일염이건 가공소금이건 소금류 모두 ‘나트륨 다이어트’에 나선 것이다.

짠 맛을 내기 위해 종종 손이 닿는 간장도 염도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샘표식품은 기존의 간장보다 염도는 25% 낮춘 대신 청정 신안바다 천일염으로 미네랄을 강화하고, 간장의 맛과 향은 그대로 유지시킨 ‘맛있는 저염 간장’을 내놨다. 처음 출시됐을 당시엔 고혈압 등 환자식을 위한 용도였으나 최근엔 아이들 이유식부터 일반식까지 다양하게 활용되는 모습이다.


■김치도, 부대찌개도...나트륨과의 전쟁

우리네 밥상에서 빠지지 않으면서도 또 ‘저염식단’에서 피해야 할 대표적인 식품이 김치다. 보통 시중에서 파는 김치의 경우 나트륨 함량이 100g당 735~803㎎에 달한다. 성인의 하루 나트륨 최소 필요량이 500㎎, 세계보건기구와 우리나라에서 권장하는 1일 나트륨 목표 섭취량이 2000㎎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김치 100g만 먹어도 ‘나트륨 과잉’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저염김치가 속속 시중에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워홈은 얼마전 기존 김치제품에 비해 나트륨 함량을 50% 이상 줄인 ‘손수담은 아삭김치’ 2종을 내놓았다. 신제품의 나트륨 함량은 100g당 374㎎에 불과하다.

아워홈은 이를 위해 독자적으로 나트륨 저감공법까지 개발했다. 나트륨 저감공법은 절임부터 양념 단계까지 모두 적용되는 기술로 염도를 40% 이상 줄인 저염수를 활용, 장시간 절임한 배추에 저염 양념을 사용해 버무려 내는 방식이다. 또 자체 개발한 항균기술을 적용해 숙성과정에서 발생하는 병원균은 없애고, 몸에 좋은 유산균은 그대로 살렸다는 게 특징이다.

외식업체 놀부NBG 역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나트륨 저감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17년까지 범국민의 나트륨 과잉 섭취량 20%(3900㎎) 저감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

놀부는 이를 위해 부대찌개 핵심원료로 꼽히는 다대기에 함유된 나트륨 양을 대폭 절감했다. 올해 1월부터 나트륨 총량 19%를 줄인 나트륨 저감화 다대기를 생산해 현재 해물부대찌개에 적용 중이다.

놀부NBG 관계자는 “나트륨 절감수치를 향후 보다 낮추어 적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 연구개발을 할 계획”이라며 “나트륨 저염화가 부대찌개에서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다른 브랜드들로도 확대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명 싱겁게 싱겁게...몸에 건강한 외식

저염식에서 전문가들이 흔히 조언하는 것 중 하나가 ‘가급적 외식을 하지 말라’ 이다. 집 밥이 최고라는 말이다. 하지만 바쁜 현대 생활을 감안하면 최소 하루에 한 끼 이상, 많게는 삼시세끼 모두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주부들의 손길이 저염소금, 저염간장, 저염김치, 짜지 않은 햄 등 저염 식재료에 간다고 해도 싱겁게 먹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No 나트륨’ 캠페인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야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워홈은 지난 2008년부터 ‘h-plus’라는 건강프로그램을 도입, 열량과 나트륨 등을 낮춘 식단을 전국 800여 급식장에서 제공하고 있다.

한국인 영양권장량을 지키기 위해 한끼 800kcal 이하의 식단을 구성하고 선진국 1일 야채권장량인 350g을 기준으로 한끼 120g 이상의 야채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튀기는 메뉴는 가급적 배제하고 꼭 필요할 경우엔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며 나트륨은 1300㎎ 이하로 싱겁게 조리하고 있다.

씨푸드 레스토랑 토다이 역시 저염식단을 위한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으며, 미네랄이 많이 포함된 국내산 천일염을 사용해 염도를 낮추고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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