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국가대개조는 청와대부터…
말대로 실천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어진사람은 신중하게 말하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길 원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신중하려 했던 것 같다. 말 뿐인 사과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길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과하지 않는 대통령’에 대한 거센 비판에 끌려다니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34일 만인 지난 19일에야 국민 앞에 직접 사과했다. 그리고는 밑그림으로만 언급했던 국가대개조의 실체를 공개했다.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안행부와 해수부도 사실상 해체하는 극약처방의 ‘정부 조직 개편’과 관피아 청산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공직사회 혁신’이었다. 무능한 정부, 관료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 뿐인데, 걱정이 앞선다. 첫 단추부터 잘 못 꿰었고, 계속해서 잘 못 꿸까 싶다. 잘못된 첫 단추는 이중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검찰복귀 인사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하던 19일 법무부는 이 전 비서관을 서울 고검 검사로 임용했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해 3월 청와대의 부름을 받고, 검사직을 버렸던 인사다. 그의 검찰 복귀는 현행 검찰청법 위반이자, 박 대통령의 대선 위약이다. 1997년 9월 시행된 검찰청법은 검사가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검사가 권력의 시녀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역대 정권은 필요한 검사를 골라 사표를 쓰게 한 뒤 청와대에 데려다 썼고, 때가 되면 그를 다시 검사로 임용하는 절차를 밟아왔다. 한마디로 편법을 동원했다. 청ㆍ검 유착이란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말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검찰개혁 공약의 일환으로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제한’, 정치권의 외압 차단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런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죄했던 바로 그날 법무부에서 이 전 비서관을 검사로 복귀시킨 건 패착이다. “비정상을 바로잡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모든 명운을 걸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다.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대개조는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인적쇄신부터 시작돼야 한다. 대통령을 잘 못 보좌한 참모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말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불통’ 논란에 휘말리는 것도 사실은 참모들의 잘못이 크다. 참모들이 귀막고 있거나 여론의 비판을 소홀히 듣고 흘리지 않았다면 불통 논란이 1년 넘게 계속될 순 없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잘못된 인사가 반복됐다.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참모 역시 없었다. 지금 청와대 참모 가운데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통령의 지시나 명령이 있기까지 일단 자리를 지키고 있을 심산인 것 같다. 이러다 때를 놓치지나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앉아서 부름이 있기까지 기다릴께 아니라 스스로 용퇴를 결심하는 건 어떨까 싶다. 그것이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가대개조를 위한 마지막 충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재섭 정치부장 /i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