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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정권은 흐르는 물이요 공직사회는 자갈이다
이렇게 비유해보자.

‘정권은 흐르는 물이요 공직사회는 자갈이다’

선거로 일어선 정권은 물처럼 지나가버리지만 그 밑에 깔린 자갈은 무한하다는 얘기다. 물살에 치이고 때로는 밟히기도 하지만 자갈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깨지고 쪼개져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급물살이거나 물이 아예 말라버리지 않는 한 위치이동은 있을지언정 자갈이 실체를 드러내진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 정권과 공직의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정권의 공직사회 개혁에 대한 의지가 매우 단호하다. 정치 생명까지 건 모습이다. 당연히 공직사회는 최대 위기다. 공직은 이제 공공의 적이 됐다. 이젠 시간도 그들의 편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로 공직사회의 실체가 새삼 드러났다. 무능과 무책임, 무소신이라는 ‘3무’에다 각종 결탁까지 뒤엉켰다.

묵묵히 나랏일을 하는 공무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당부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역대 정권은 모두 ‘관료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때는 임기말에 관료들이 득세했고, 현대건설 재직때 관료에게 당했다(?)는 이명박 대통령때도 민간출신들의 많은 기용이 있었지만 말년에는 관료에 의지하는 정도가 컸다.

박근혜 정권에선 아예 시작부터 관료 세상이었다. 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핀다는 의미의 ‘만기친람(萬機親覽)’은 현 정권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고위 관료들이 대통령 눈치만 보는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관료사회는 많은 일을 해왔다. 고도성장의 기적을 일궈낸 한 축이었다. 외환위기(IMF) 발생의 근원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글로벌금융위기 극복에는 관료의 역할이 컸다.

이젠 시대가 변했다. 한국의 관료와 공직사회가 중대한 고비에 섰다. 행정고시 ‘한 방’으로 인생역전과 함께 평생 안정을 누리는 세상은 이제 변해야한다. 오랜 공직생활의 노하우는 살리되 시스템은 바뀌어야한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 절실하다. 그동안 ‘모피아’(재무부+마피아)만 문제인 줄 알았는데 다른 ‘관피아’가 더 큰 문제였다. 관피아 문제는 갑자기 솟아난게 아니다. 모피아들이 두들겨맞는 동안 가려져서 그 병폐를 직시하지 못했을 뿐이다.

관료사회의 ‘적폐(積弊)’(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이 정권 내내 관료와 맞서는 동안 공직사회의 극심한 복지부동(伏地不動)에 직면할 수 있다. 개혁의 대상이 뭔가를 하겠다고 주도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공직사회에는 오래동안 ‘변양호 신드롬’이란게 있었다. 책임지기 싫어 움직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엔 공직사회에서 ‘세월호 신드롬’이 우려된다. 복지부동을 넘어 복지안동(伏地眼動ㆍ땅에 납작 엎드려 눈만 굴리면서 눈치 본다는 뜻)까지 예상된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관료 대개조, 때묻은 자갈을 솎아내고 건강하면서도 활기찬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살을 어떻게 흘려보낼지 지혜가 필요한 때다.

김형곤 금융투자부장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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